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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시계아이콘01분 21초 소요

조지 버나드 쇼를 아십니까. 그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희곡작가라는 사실보다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쓰여 있는 냉소적인 묘비명 때문입니다. 쇼의 시신은 유언에 따라 화장되었고 그의 유해는 먼저 세상을 뜬 아내의 유해와 섞여 저택 정원 내 잔 다르크 석상 주변에 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그의 어록을 새긴 묘비가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묘는 없습니다. 피터 드러커 연구의 권위자로 알려진 이재규 박사는 묘비명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쇼가 남긴 “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이라는 말은 평소 시니컬하게 말했던 쇼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목적 없이 어영부영하다가는 기여한 것도 없이 빨리 죽은 다”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지만, 사실과 조금 다르다. 평소 쇼는 “인간은 자아 완성을 위해서는 오래 살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고 지병이 있긴 했지만 사고로 인한 후유증이 사망의 주 원인이었다. 게다가 임종을 앞두고 의사에게 투덜댔다. “당신은 마치 골동품처럼 내 생명을 보존하려고 하는구려.” 따라서 죽기 직전 쇼가 한 말의 뜻은 “충분하다고 할 만큼(세상에) 오래 머물다 보면 결국 이런 일을 당해 죽게 될 줄 진작 알고 있었어”라고 번역해야 한다.



-노년의 탄생(이재규 지음) 322페이지 -



이재규 박사의 해석대로라면 잘못 알려진 묘비명에 후대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니 얼마나 희극적입니까.



각설하고, 우리들은 묘비에 어떤 글을 쓰는 게 좋겠습니까. 묘비명이 한 사람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반영하고,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후대에 전할 말을 남기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이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서 한 획을 남긴 인사들은 다음과 같은 묘비명을 남겼습니다.



중광스님

에이, 괜히 왔다.



헤밍웨이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다.



스탕달

살고, 쓰고, 사랑했다.



노스트라다무스

후세 사람들이여, 나의 휴식을 방해하지 마시오.



빈센트 반 고흐

여기 쉬다.



칼 마르크스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프랭크 시나트라

최상의 것은 앞으로 올 것이다.



아펜젤러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습니다.



키에르케고르

잠시 때가 지나면, 그 때 나는 승리하고 있으리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지금 세상의 관심은 그 작은 비석에 적힐 문구입니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씨가 작성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라 하니 조만간 묘비명이 나오겠지요. 그런데 몇몇 문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묘비명을 작성했더군요. 소설가 정도상씨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서버린 수레바퀴, 한 바보가 밀고 갔네



서버린 수레바퀴

한 바보가 밀고 갔네



내용이 뜻하는 바에 대해선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구성이나 단어 선택은 참 함축적이고 간결한 것 같습니다. 우리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길면 30년, 짧으면 5년, 10년…. 그 때 세상에 어떤 말을 남겨 둘지 생각해 보십시다.





이코노믹리뷰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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