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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블랙박스]노풍과 북풍

"너무 슬퍼하지 마라."

정치적 이슈는 증시와는 큰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정치적 사안이 당장 기업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죠.

지난 25일 코스피 지수를 봐도 그렇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이어 북한의 2차 핵실험이란 충격적인 소식에 나라 전체가 뒤숭숭했지만 증시는 의외로 냉정했습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소식에 장중 한때 88.54포인트(6.31%) 폭락했지만 곧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전일보다 2.85포인트(0.20%) 내린 1400.90포인트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마치 "너무 슬퍼하지 마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당부를 실천하는 모습 같았습니다.

하지만 개별 종목으로 본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냉정한 모습을 보였던 지수와 달리 개별 종목 움직임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미끄러진 MB테마주= 미디어주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테마입니다. ISPLUS 디지틀조선 iMBC 등이 하한가로 곤두박질쳤고 SBSi(-7.51%), YTN(-12.85%) 등도 지수 대비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것이 악재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미디어법 통과와 관련해 방송 민영화 이슈가 부각되면서 급등한 종목들입니다. 4월 이후 미디어업종 주가는 시장 대비 평균 22.7% 초과 상승했습니다. 펀더멘털과는 별개로 미디어법 개정 모멘텀이 반영된 결과였죠.

전문가들은 그동안 미디어주의 주가와 펀더멘털이 별개로 움직인 만큼 당분간 정치적 이슈에 따른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훈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디어업종 전반적으로 미디어법 개정 모멘텀이 반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치적 변수는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나타낸 일부 종목의 주가는 단기적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업종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대운하 관련주, 자전거주 등 이른바 'MB테마주'도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 합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조정을 기다려온 개인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사유가 될 것 같습니다.

◆北 리스크 없다지만…
이제 북 핵실험 자체는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닙니다. 북한 리스크가 일시적, 제한적이었다는 학습효과 때문이죠. 실제 지난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 때에는 당일 코스피지수가 32.6포인트 떨어졌지만 다음날 곧 9.0포인트 오르는 등 빠른 회복력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역시 종목별론 명암이 엇갈립니다. 북한 문제만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남북경협주는 전날 어김없이 추락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 각각 4.98%와 2.59% 떨어진 것을 비롯해 로만손(-6.05%) 제룡산업(-3.09%) 좋은사람들(-2.23%)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무효선언으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북핵실험이란 악재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결과입니다.

한편 잇따른 충격적인 소식에도 몰래 웃음 업종도 있습니다. 북한 리스크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방위사업 종목입니다.

휴니드 스페코 빅텍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습니다. 이들은 무선통신장비 군납 및 특수 전원공급장치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또 최근 터키에 K-9 자주포용 트랜스미션을 수출한 S&T중공업 역시 5.26% 올랐고 방위산업의 대명사인 삼성테크윈은 4.40%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반짝 움직임이 길지는 않을 것이란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북한 리스크로 방산업체들의 펀더멘털이 껑충 뛰어오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죠.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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