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이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조문을 제지한 것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에 반(反) 하는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블로그 '시사큐비즘'에 '노무현, 시대의 모순을 안고 꽃잎처럼 지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나와 다른 정치적 입장을 이유로, 정파적 대립을 이유로, 조문을 훼방놓는 일,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일은 분명 관용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장이라는 유족들의 결정에도 어긋나는 일이며, 이것이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토록 대들고 따졌던 기득권 집단의 내 편 아니면 네 편이라는 국가보안법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죽음 앞에 겸허해야 한다. 잠시 미움의 정을 내려놓고 참아야 한다"며 "가슴 속 뜨거운 불덩이를 순간 재워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김형오 국회의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과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로 조문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봉하마을 입구 근처까지 왔다가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빈소를 방문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전날인 23일 밤에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봉하마을을 찾았지만 빈소에 들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한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이 일부 노사모 회원들에게 제지당하자 "상가에 오는 손님을 막는 법은 없다"며 길을 열러 달라고 호소했다.
유 전 장관은 이 의원이 노사모 회원들에 둘러 싸여 조문이 어렵게 되자 "좀 들어가게 해달라"며 "상주 입장에서 부탁드린다. 도와 달라. 살아계실 때에는 당이 달라 싸웠지만 문상객이 어떤 마음으로 온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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