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일 개성공단과 관련해 1년만에 남북간 접촉을 제의하면서 회담장에서 논의내용에 대한 갖가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도렴동 정부청사에서 현안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한은 4월 21오전 중에 개성공단에서 개성공단사업과 관련하여 남북간 접촉을 가질 것을 제의해왔다"고 밝혔다. 김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당국자도 같이 올 것을 통지문에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북에서 통지한 내용에 의하면 개성공단사업과 관련한 남북간 접촉이라고 적시돼 있다"며 "내용이 무엇인지라고 말할 객관적 팩트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이 지난해 3월 김태영 합참의장의 북한 핵공격에 대한 대응 방침 발언을 이유로 당국자간의 대화를 거부한지 1년만에 '개성공단사업과 관련'해 접촉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 현대아산 직원 유씨 억류의 수습
18일로 현대아산 직원 유씨의 개성공단 억류가 20일 째로 접어 들고 북한이 그 동안 우리정부의 유씨 접촉을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유씨 억류의 향후 처리 방향을 논의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유 씨와 관련해 "상황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부는 유 씨의 석방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15일 "현재 정부는 (유씨 석방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더 기울일 것"이라며 "중국 등 북한에 상주공관을 둔 나라들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도 18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북한측과 협의에 들어갔다.
유 씨의 억류가 장기화되는 만큼 북한도 부담을 느끼고 남북당국차원에서 유 씨의 신변을 합의하기 위해 부른 것일 수 있다. 북한이 유 씨의 신변이라고 지목하지 않고, '개성공단과 관련'한 것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북측이 통보하려는 내용은 개성공단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란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유씨는 인도적 관점에서 당연히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유씨가 문제가 어떻게든 제기돼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북한이 거론을 하지 않아도 우리 정부가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구체적인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부연했다.
◆ 개성공단 사업의 향후 방향
북한이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개성공단이기 때문에 공단의 향후 운영과 관련한 중대한 통보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공단 폐쇄라는 최악의 가능성도 염두에 둔 예측이다.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개성공단과 관련한 2차 조치로 정부의 합의사항(근로자 숙소 등) 불이행을 이유로 내세워 더 이상 (공단운영에) 진전을 기대할 수 없어 사업 축소를 발표하고 군사분계선 통행과 체류인원을 12ㆍ1조치보다 더 엄격히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17일에 2차로 개성공단을 방문한 김영철 단장이 '1차 12·1조치는 일시적이거나 잠정적이거나 상징적인 조치가 아니다'며 '현재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어 2차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예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의장성명에 대해 북한의 불만이 쌓여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은 이에 대한 대응카드로 개성공단을 압박할 수가 있는 것이다.
◆ 정부는 PSI전면참여 발표 또 연기
북한의 제안이 공식발표되면서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PSI전면참여발표가 또 연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되 상황에 대처할 때는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애초 무모한 원칙이 아니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유 씨의 억류,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강한 반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전면참여 기조를 성급히 발표해버려 결과적으로 북한의 대응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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