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현행 회계기준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앞서 미국 정부도 채권의 시가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주요국들이 기업 회계기준에 관대해지고 있다.
6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회계기준이 향후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일본의 기업 회계기준을 사실상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일본 회계기준에서는 투자자들에게 경영 상의 리스크를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 채무초과에 빠지거나 재무 상황이 악화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에 대해 "향후 경영에 중대한 우려가 있다"고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를 꺼리는 경우가 당연지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1일 끝난 2008 회계연도 결산발표가 조만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다수 기업들이 공시없이 적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 투자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청은 국제기준에 맞춰 회계기준을 변경하기로 했다. 증자를 통해 채무초과를 즉시 해소할 수 있는 경우나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아 자금난이 해결되는 경우는 기업에 리스크 전망을 요구하지 않는 등 회계기준을 사실상 완화해 이번 2008 회계연도 결산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기업의 투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금융청은 유가증권보고서에 경영상의 리스크나 대응책을 확실히 명기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지난 2일(현지시간) 채권에 한해 보유자산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기업이 독자적으로 만든 모델이나 추정치를 1분기 재무제표 작성부터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승인했다.
완화된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의 시가가 떨어졌을 경우 MBS를 보유하고 있는 씨티그룹 같은 은행들은 MBS를 팔기 전까지는 평가손실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아도 된다.
엄청난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씨티그룹이 지난 1, 2월에 갑자기 순이익을 냈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근거도 바로 이 회계기준 변경을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FASB의 회계기준 완화로 은행의 투명성이 저하되고 투자심리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100여개 국가에서 통용되는 회계기준을 주관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역시 금융기업에 대한 시가평가 기준 개정을 검토할 뜻을 밝히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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