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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손잡으니 車·섬유 '방긋'.. 정밀기계·농업 '울상'

<한-EU FTA 협상 타결> 업종별 기상도 살펴보니…

협상개시 2년 2개월여만에 2007년 기준 경제 규모가 15조달러인 한 EU FTA 타결로 인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다음으로 큰 세계 2위 경제통합체가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중요도에 비해 한미 FTA와 다르게 비교적 무난히 타결된 모습이다. 쇠고기 논란, 촛불집회를 불러 온 한미 FTA가 상품교역 확대보다는 공적영역 축소, 높은 수준의 서비스업 개방 등 한국경제의 전반적 구조를 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EU와의 FTA는 서비스업이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미국과 서비스업 개방에 합의했던 네거티브 방식(제한규정 없는 한 개방 원칙)과 달리 EU와는 포지티브 방식(개방항목 명기)을 채택했다. EU는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우위에 있으며, 관세와 관련해서는 GATT체제하에서 이미 많이 낮춰진 상태다.


EU와의 서비스업 개방은 한미 FTA 수준과 동등하게(코러스 패러티) 하되 환경, 통신 분야에서는 다소 많이 개방(코러스 플러스)하기로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한EU FTA가 상품교역과 관련된 관세율 조정 등이 주된 내용인 만큼 개별 업종과 산업에 대한 미시적 접근을 주문했다.



◆자동차 최대 '수혜'
뭐니뭐니 해도 자동차산업이 이번 한 EU FTA 타결에 따른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대 EU 수출의 20%내외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은 품목이기도 하다.


양측은 1500cc이상의 경우 발효후 3년이내에, 1500cc미만은 5년이내에 관세를 모두 철폐하기로 했다.


현재 EU의 차 관세율은 10%, 우리나라는 8%로 관세철폐 효과는 우리측이 다소 유리하다. 하지만 지난해 자동차 수요 1474만대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EU에서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13.3%에 그칠 정도로 공략이 어려운 시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가격민감도가 높은 저가소형차 비중이 서유럽시장에서 70.5%에 달하고 있어 10%의 가격경쟁력 확보는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관세율이 높은 트럭(22%)의 경우 새로운 시장진출 기회가 될 것이나 3년내 관세가 철폐될 EU산 중대형 승용차의 수입확대로 내수시장 경쟁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 판매가격이 1억3000만~2억6000만원에 달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경우 8%의 관세가 철폐될 경우 1억1950만~2억3910만원으로 대당 2000만원이상 크게 싸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008년 기준 EU에 판매된 현대차 28만7000대중 43%가 인도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관세혜택은 총물량기준 12%에 그치며, 기아차 역시 관세혜택이 10%에 그쳐 긍정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車부품업체는 숨은 진주?
완성차 업체보다는 자동차부품, 타이어 등에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부품은 양측의 FTA 발효 즉시 철폐된다. 현재 자동차부품 관세율은 EU가 4.5%, 한국이 8%로 즉각적 가격인하 효과는 EU측이 다소 높다.


이민정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부품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유럽부품과의 가격차이가 50%이상으로 확대된 만큼 한국산 부품의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타이어업체의 경우 가격경쟁력과 수출비중 등을 감안할 때 EU로의 뚜렷한 수출증가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실장은 "관세철폐로 자동차시장의 경쟁 격화에 따른 연구개발(R&D)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다만 유럽차가 국내차와 경쟁하기보다는 일본차를 대체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전 '글쎄'...정밀기기 '타격 불가피'
전기전자분야는 수출금액 비중이 큰 휴대폰, 반도체 등 IT제품 관세율이 0%이고, 발효 후 즉시 철폐될 냉장고(1.9%), 에어컨(2.7%) 등의 관세율도 매우 낮다. 14%의 높은 관세를 매기는 컬러TV 등도 현지생산 비중이 80%에 달해 전기전자분야에서 FTA에 따른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전사업부는 EU수출물량의 10~30%가량을 비 EU지역에서 생산하고 있어, 컬러TV 등의 수출경쟁력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8%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는 전자 의료기기 등 정밀기기는 지멘스, 필립스 등 EU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력이 낮아 시장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관세철폐를 7년으로 예외적으로 인정받은 품목 40여개 가운데는 기타기계류, 밸브, 베어링, 건설중장비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EU산 부품 수입이 늘어날 경우 현재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기업들과 경쟁이 촉진돼 부품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일 무역역조현상 개선은 물론 EU로부터의 부품 수입 증가에 따른 EU와의 무역마찰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독일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업국가를 회원국으로 하는 EU 전체를 보면 경쟁력이 높은 기업이 많아 FTA로 국내의 피해산업이 한미 FTA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섬유업체 '방긋'..철강 조선 '무영향'
섬유의 경우 주요 수출품목인 현재 4~12%수준인 화학섬유원사의 EU의 관세율이 철폐될 경우 가격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측도 EU 의류제품에 부과하는 8~13%의 관세가 함께 없어져 유럽산 명품 브랜드를 비롯, 고가의 의류 수입이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철강 조선의 경우 이미 상당수 품목에 대해 관세가 없어 직접적 혜택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철강제품의 경우 상당수 품목은 2004년 우루과이라운드 관세협상에 따라 0%를 적용받고 있으며, 선박 역시 현재 양측이 관세를 매기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에선 "전체 수출에서 EU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아 보이지만 종합상사 등이 중계하는 물량을 포함하면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경기 불황 극복을 위해 대규모 공공 투자가 이뤄진다면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업 '우려'...돼지고기·와인 등 수입 급증 예상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농업 분야다. 특히 품질경쟁력을 갖춘 유럽산 돼지고기, 와인, 위스키, 낙농제품 등이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국내 양돈, 낙농농가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 EU FTA에 따른 농가 피해규모는 3000억원수준으로 추정된다.


타격이 가장 큰 것은 돼지고기다. 특히 냉동돼지고기(2억8000만달러)는 지난해 EU로부터의 농산품 수입액(17억달러) 중 위스키(2억5000만달러)와 와인(1억달러)을 제치고 단일 품목으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대한양돈협회는 대다수 수입육이 유럽에 집중된 만큼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양돈업 피해규모(1조866억원)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유(176%)ㆍ치즈(36%) 등 대표적 민감품목인 낙농제품의 경우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15%수준인 와인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돼 양질의 유럽산 와인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위스키(20%)역시 조기철폐(즉시 혹은 3년)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 수입산끼리 경쟁하는 시장인 만큼 국내 업계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낙농제품의 관세를 10~15년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점차 늘리기로 합의했다. 다만 쌀은 특수성을 인정받아 양허대상에서 빠졌고, 고추, 양파, 마늘도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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