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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후]도피, 귀국, 사면…끝나지않은 '세계경영'

대우창립 42주년 기념식 참석
김우중 前회장 '잃어버린 10년'



세계경영을 부르짖던 카리스마 넘치는 재계 2위 총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오랜 세월 지병으로 고생한 74세 병약한 노인의 모습일 뿐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한때 세계를 호령하며 '샐러리맨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여겨졌던 그는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하루아침에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 역적으로 전락했다.
 
잊혀져가던 그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우 사태 발발 뒤 해외도피와 수감생활로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지 10년 만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일 '대우그룹 창립 4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1년 간 몸을 추스린 뒤, 반드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고 단언했다. 많이 수척해진 모습에 양팔을 부축받으며 거동했지만, 말투만은 단호했다.

◆1999년 10월, 종적을 감춘 '20세기 징기스칸'= 대우사태가 한참 진행되던 지난 99년 10월. 김 전 회장은 중국 옌타이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 참석차 출국했다가 행사가 끝난 뒤 종적을 감췄다. 건강 악화로 인해 독일에서 요양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프랑스, 미국, 베트남, 수단, 태국 등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돌았다.
 
2000년 9월에는 김 전 회장이 프랑스 휴양도시 니스의 한 저택에서 머물면서 인근 골프장ㆍ 대형편의점 등에 출입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월간지 보도가 나왔다. 같은달 니스 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교민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2001년 2월에는 대우차 노조가 "김 전 회장과 부인 정희자씨 등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골프장에서 목격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었다. 같은 해 김 전 회장은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에 올랐다.
 
2003년 1월에는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이 김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대우사태 이후 DJ정부가 김 전 회장에게 출국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4개월 뒤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던 것이 구체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면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에서 프랑스ㆍ 베트남으로 '해외유랑길'= 2004년 11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과거 친분이 두터웠던 조남기 전 장군 등 중국 인사들을 만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말부터 귀국 직전인 2005년 초까지는 태국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2005년 3월에는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이 프랑스 차량제작 회사 로르사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로르 회장이 2003년초에서 2004년말 사이 김 전 회장을 서울의 공개된 장소에서 만나 사업을 논의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김 전 회장은 로르사의 고문을 맡으면서 고정된 보수를 받아 왔으며 주로 이 회사의 아시아지역 사업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우 회장 시절 사업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쌓았던 베트남에서는 전·현직 정부 실세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빈급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하노이 근교에 추진되고 있는 골프장 및 콘도 사업, 하노이 대우 호텔 인근의 65층 짜리 비즈니스 센터 건설 사업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6월 귀국 직전까지 베트남에 자주 머물면서 입국 준비를 해왔다.

◆ 5년여 만에 귀국.. 초라해진 '샐러리맨 신화'= 2005년 6월 14일. 김 전 회장은 5년여의 긴 도피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했다. 악화된 건강도 문제였지만, 공적자금 비리에 연루된 경제인에 대한 사면, 대우 그룹 분식회계와 관련된 법원 판결 등으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보름여 뒤인 6월 30일. 김 전 회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 서게 됐다. 법정에 선 그에게서 '샐러리맨의 우상'이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구급차량에 실려와 손목에 링겔을 꽂은 채 환자복 차림으로 법정을 들어섰다. 잇따른 수술과 협심증 등 지병으로 이미 몸은 만신창이였다.
 
법원은 이날 김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4484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회장은 구급차에 실려 다시 세브란스 병원으로 향했다. 이듬해 11월 항소심에서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이 확정됐다. 김 전 회장은 2007년 12월 말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아직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 넓어진 보폭.. 재기설 '모락모락'= 사면 뒤 김 전 회장은 베트남을 드나들면서 새로운 사업 구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 1월 두번이나 베트남을 방문했던 김 전 회장은 최근에도 요양 등을 겸해 하노이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 들어서는 활동 폭을 넓히면서 재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전직 대우그룹 임원들과의 대규모 만찬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지난달 18일에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도 찾았다.

김 전 회장은 20일 열린 '(주)대우 창립 42주년 기념식'에 참석, "몸이 아직 좋지 않아 따뜻한 곳을 다니며 요양하며, 몸을 추슬러야 한다"면서도 "반드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김 전 회장의 건강은 괜찮은 편이며, 일주일에 한번 꼴로 혈액 검사 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윤종성 기자 jsyoon@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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