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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20대가 어려지고 있다

[아시아경제신문 안혜신 기자][20대 그래도 희망을 쏜다]<5> 20대, '문화주도자'가 되다
과거 10대의 전유물이었던 게임, 팬클럽 등에 넘쳐나는 20대
10대와는 달리 적극적인 자기 의사 표현으로 새로운 소비 문화 주도



국민남동생이라는 별명을 가진 탤런트 유승호가 요구르트를 한 수저 뜨고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연다.
"누나. 아~"

CF 속의 유승호가 찾는 것은 놀랍게도 과거 연예인의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연상됐던 동갑이나 연하의 10대가 아닌 20대 누나다.

20대가 어려지고 있다. 10대 때부터 접해온 인터넷은 10대 문화를 20대 층으로까지 끌어들였다. 20대들은 여전히 인터넷 주 사용층으로 군림, 10대 때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며 '키덜트(키드+어덜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뭐든 한번 빠지면 미친다 = 삼성동에 위치한 프라모델 가게. 가게 앞 재생되고 있는 만화 영상 앞에 발걸음을 멈추는 대다수는 20대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게 안에서 건담 프라모델을 유심히 살피고 있던 김민호(26·학생)씨는 "한 번 이곳에 올 때마다 10만원 가량 지출하는 것 같다"며 "완성하고 났을 때의 쾌감을 좋아해 나이가 들어도 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것이 취미라는 이 가게의 종업원 이상현(28)씨는 "방문객중 20대의 비율이 압도적이며 실제 매출 중에서도 40% 이상이 20대"라고 전했다.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미 10대뿐 아니라 20대도 주 연령층으로 등극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8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의 10대와 20대의 이용률은 이미 거의 100%에 육박한 수준이다.

여성들의 경우는 주로 팬덤을 통해 이러한 성향이 드러난다.

과거 한 두개 정도로 그 존재 자체를 찾기가 힘들었던 '20대 팬카페'는 이제 10대들 위주의 팬카페 만큼이나 흔한 존재가 됐다.

공방(공개방송의 줄임말)과 같은 행사에 출연하는 가수를 응원하러 온 팬들 중의 상당수는 파마한 머리에 한 손에는 전공 서적, 혹은 서류 파일을 들고 높은 하이힐을 신은 20대다.

◇ 20대, 문화를 주도하다 = 하지만 이렇게 몸집만 커진 20대는 단순히 어린 아이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주어진 문화를 소극적으로 '소비'하기만 급급했던 10대의 모습에서 한 단계 발전,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며 주도적으로 문화를 창출해 나가는 문화 주도자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젊은 층에게 인기가 좋은 게임의 유저(게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카페에는 하루 적게는 수백개에서 많게는 수천건 이상의 글이 올라온다.

이 카페는 20대 유저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갖추고 있다. 이들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데 그치지 않고 게임 분석에도 나선다. 관련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글들을 상당 부분 참고, 실제 게임에 보완하거나 반영시키기도 한다. 이들을 위한 20대 전용서버나 성인용 서버 마련은 필수 요소가 됐다.

한 인터넷 게임업체 관계자는 "20대들의 경우 풍부한 경험과 경제적인 여유 등을 바탕으로 전문가 수준의 게임 분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20대의 경우 게임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곧바로 관련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팬덤의 움직임은 더욱 적극적이다.

이영은(24세·가명)씨는 최근 '모시고' 있는 가수의 컴백에 맞춰 포스터 제작을 위해 며칠 밤을 꼬박 지새웠다. 기회사 측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든 팬들끼리 의견을 모아 주도적으로 가수의 컴백 앨범 홍보에 나선 것.

이 씨는 "기획사의 답답한 홍보방침에 실망한 팬들이 주도적으로 앨범 홍보에 나서게 됐다"며 "앞으로는 최근 성행하는 불법 음원 다운로드 근절 캠페인도 펼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팬 1주식 사기 운동'에도 참가했다. 이는 기획사에서 기존 멤버를 다른 멤버로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기획사의 주주가 돼 목소리를 직접 내는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이유에서 20대 팬들의 주도로 전개된 운동이었다.


◇막강 파워..실력행사 = 여기에서 그칠 뿐 아니라 이들은 굿즈(기획사에서 가수를 주제로 상업적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물품들을 일컫는 말) 불매운동은 물론 자신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 직접 기획사 대표를 만나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하기도 한다.

과거 기획사 앞에 '약자'일 수 밖에 없었던 팬덤문화가 완전히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에따라 기획사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적극 귀를 기울이고 있다. 몇몇 대형기획사들의 경우 팬카페 운영진들을 모아놓고 적극적으로 팬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후속곡의 경우 팬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득표수가 많은 곡으로 정하는 것 또한 이러한 팬들의 커져가는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최근 20대로 팬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과거처럼 간과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컨셉트를 잡을 때 아예 주 연령층인 20대의 입맛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20대는 적극적 의사 표현과 소비를 통해 문화 홍수 속에서 자신들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하며 몸집만 큰 어른이 아닌 적극적인 문화 주도자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특별취재팀-박충훈, 김효진 안혜신 오현길 임혜선 박형수 박소연 나주석 김경진 김철현 조해수 김보경 이솔 김준형 김현준 최대열 오진희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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