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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사냥개 30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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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사냥개 30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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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님이 ‘뿌리깊은 희망’이라는 신간을 보내왔습니다. 그의 얘기는 한 사냥꾼의 얘기에서 시작됩니다.


“한 사냥꾼이 30마리의 사냥개를 풀어 토끼를 잡으러 나갔다. 광활한 들판에서 30마리의 사냥개들은 한 마리의 토끼를 쫓아 마구 달렸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지나자 29마리의 사냥개가 헉헉대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단 한 마리의 사냥개만이 이미 숲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토끼를 쫓아 열심히 뛰어갈 뿐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차 신부님은 이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포기해 버린 29마리의 사냥개들은 토끼를 직접 보고 달린 게 아니었다. 앞의 사냥개를 쫓아 덩달아 뛰어갈 뿐이었다. 맨 먼저 달렸던 사냥개만 토끼를 직접 봤기 때문에 그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같은 시련에 처해 있어도 희망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갈린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가슴속 깊이 와 닿는 아침입니다. 한국인들은 그동안 전쟁의 폐허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습니다. 달러(외화)를 벌어올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해냈습니다. 월남의 전쟁터에서, 열사의 사막에서 돈이 되면 땀을 팔고 열정을 보탰습니다.


그래서 얻은 것이 1등의 성적표들(지난주 경제레터에서 예시)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해낸 것이 가난의 굴레를 벗는 것이었고 “우리도 선진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나온 고속성장의 시대를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부국(富國)에의 열정만 중시한 탓에 선진 국민이 되기 위한 또 다른 조건에는 소홀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주 경제레터를 읽고 많은 독자들이 코멘트를 해왔습니다. 피터 드러커와 헨리 키신저의 한국에 대한 평가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의 내면을 잘 들여다본 평가다.”, “지나치게 비하한 그들의 평가에 왜 그렇게 신경을 쓰느냐.” “한국인에 대한 헨리 키신저의 잘못된 생각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한국은 이제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상이 됐습니다. 영국의 신용평가기관이나 언론들이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지만 우리의 위상은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비록 지금 글로벌 경제의 침체로 위기의 터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의 성장 잠재력 역시 충분합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매겨진 1등의 점수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연이 아님을 보여줄 때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는 더 기분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 세계의 지도자 자리에 오른 오바마의 한마디 때문입니다. 그는 미국의 교육, 자동차 산업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을 추켜세웠습니다.


# 1 미국의 아이들은 매년 한국 아이들보다 학교에서 한달 정도를 덜 보낸다. 그렇게 해서는 21세기 경제에 대비 할 수 없다.


# 2 신형 하이브리드카가 조립라인을 돌고 있으나 이들 자동차는 한국산 배터리로 구동된다. 청정, 재생에너지를 동력화하는 국가가 21세기를 선도할 것이다.


한국이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느냐는 말로 자국민에 자극을 주는 모델로 한국을 꼽은 것이 그냥 묻어 두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도 그의 말에 여운이 남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1등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좀 그렇다”싶어 지난주 경제레터를 쓰면서 뺐던 부분을 다시 떠 올려 보면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일하는 시간 세계 2위이지만 노는 시간이 세계 3위로 잠 없는 나라
■ 중국 옆에 있던 나라 중 한번도 지도에서 중국이라고 표기된 적이 없었던 나라
■ 미국도 무시하지 못하는 일본을 무시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배짱이 두둑한 나라
■ 세계 10번째 경제, 6번째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개발도상국, 중진국이라며 선진국을 본 받자는 발전적인(?) 나라


그렇습니다. 잘 노는 민족, 자존심 하나만은 뛰어난 민족, 고속성장을 했지만 더 많은 것을 본받아 1등 국가를 만들자는 생각-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차 신부님이 예시한 29마리의 사냥개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죽자고 일하면서도 노는데 너무 열중해 그 성과를 불필요하게 까먹지는 않는지, 쓸데없는 자만심이 화를 부를 때는 없는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자랑하면서도 개발도상국, 중진국의 한계에서 헤매는 신세가 아닌지를 생각해보는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노려야 할 목표점(토끼)을 정확히 정해 달려가면 불황의 긴 터널도 그만큼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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