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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우리는 왜 럭비공이란 말을 들어야 하나?

시계아이콘02분 32초 소요

[권대우의 경제레터] 우리는 왜 럭비공이란 말을 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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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와 헨리 키신저. 한 사람은 경영학 대가이고 또 한 사람은 외교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잘 나갈 때 했던 한국에 대한 평가가 흥미롭습니다.


한국경제의 미래, 한국인의 품성에 대한 평가였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이들의 평가에 무척 섭섭한 마음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의 잠재력, 깔끔한 우리민족의 기질을 잘못 본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이들 두 사람의 평가가 새롭게 들리는 것은 최근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에 금융, 외환시장이 요동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1952년이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한국은 잿더미나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때 한국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피터 드러커가 바로 그입니다. 나중에 그는 “모든 경영이론은 드러커의 각주(脚註)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경영학의 대부로 통했지만 당시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고문자격이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그는 아주 비관적인 진단을 내렸습니다. 회복가능성이 없는 국가라는 보고서를 본국에 제출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앞으로 30~40년 동안 회복불가능’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입니다.(장영철 경희대교수/피터드러커 소사이어티 상임대표가 쓴 ‘우리는 왜 드러커를 이해해야 하는가?에서 인용)


그러나 그의 진단은 빗나갔습니다. 한국은 10년 만에 치열했던 전쟁의 상흔을 극복했습니다. 월남전쟁 파병으로, 새마을운동으로, 수출입국의 의지로 경제강국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20세기의 성공사례로 꼽게 됐습니다. 가장 빠르게 산업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국가라는 영광도 안게 됐습니다.


따져보면 우리의 경쟁력이 1위를 하는 부문은 너무나 많습니다. 반도체, 조선, 휴대폰, 인터넷 보급률 등이 세계 1위로 한국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IQ(1위), 수학 올림피아드(1위), 비문맹률(99.9%) 수준은 경제위기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문맹률이 1%가 되지 않는 유일한 나라, 외환위기(IMF)를 최단기간에 극복한 나라, 세계 우수대학에서 1등자리를 휩쓸고 다니는 머리하나 끝내주는 나라 부분에선 시선이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자긍심이 저절로 생기고 우리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이같은 급성장의 이면에는 피터 드러커의 힘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의 미래를 그처럼 비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한국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뭘까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을 회복 불가능한 나라로 판단했던 피터 드러커의 얘기를 당시 한국인들이 들었더라면 무척 섭섭했을 것입니다. 힘없어 넘어진 사람을 다시 짓밟는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정부에 건의를 했습니다.


미국정부에 한국인을 위한 다양한 장학금제도를 만들도록 한 것입니다. 그의 이같은 생각은 한국이 변화하는 산업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에너지가 됐습니다.


나중에 그는 미국에서의 교육기회를 준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람으로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그는 선진국 시장 못지않게 가능성 있는 기업가정신의 발휘가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요소가 될 것임을 예측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피터 드러커와 시각은 다르지만 얼핏 듣기에 한국인들에게 아주 섭섭한 말을 한 사람이 헨리 키신저입니다. 그는 닉슨정부시절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역임한 외교전문가입니다.


그는 2006년 백악관을 방문, 조지 W. 부시대통령과 극비의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대화내용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립니다.


이유는 한국인들을 럭비공에 비유했기 때문이죠. 럭비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 국회에서 싸움질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를 보면서, 경찰들이 시위대들에게 매 맞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그런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았습니다.


헨리 키신저가 부시에게 한 말을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인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을 불허하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을 통일시켜주면 통일한국의 합의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24시간 내에 반미운동의 바람이 불어 미군철수운동이 점화될 수 있고, 48시간 내에 중국과 동맹을 체결하자는 친중(親中)무드가 조성될 수 있다.


과거의 은혜는 다 잊어버리고 한·미동맹 해체론이 등장할 것이다. 우선 통일된 한국정부는 한반도 긴장완화를 핑계로 미국산 무기구매력을 현저히 줄일 것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에서 더 값이 싼 중국산 돼지고기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려 할 것이다.


아무래도 한반도 통일은 미국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많은 미국의 외교관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한때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했던 한 선배가 이메일로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이들 두 사람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생각하며 엊그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한국 비판을 떠올렸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주먹싸움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 소화기와 망치로 싸우는 국회의원들의 기괴한 행동, 그런 사람들이 회기가 끝나면 함께 맥주를 마시러 가는 것을 꼬집은 것입니다. 카메라를 치우면 해결될 수 있다는 한 관리의 말을 인용, 해법까지 제시한 것을 보며 헨리 키신저의 럭비공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1952년에 했던 피터 드러커의 예측이 빗나가 그동안 한국이 경제강국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듯이 헨리 키신저의 이런 비판도 잘못된 판단이 되기를 바라는 아침입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물거품이 될지도 모를 경제강국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해법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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