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의 '수용 불가' 발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재협상 및 추가협상 절대 불가' 원칙하에 국회 비준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 전문가들은 일단 커크 발언이 정치적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재협상 노림수일까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 등 미국 새 행정부 리더들이 한미 FTA가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를 들고 나온 데 대해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이 한미 FTA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약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고, 재계 쪽에서도 원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은 경기침체로 인해 자동차 빅3가 제조업 노조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어 일자리 유지와 지원이 우선순위로 부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하고 있으며,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공격적 통상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재협상과 추가협상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지만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재협상은 이미 서명이 끝난 협정문에 내용을 변경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FTA체결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추가협의나 미진한 부분을 좀 더 검토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설령 추가협상 등을 통해 자동차 등을 재논의하더라도 미국에서 가져갈 이득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미 한미 FTA협정에 미국의 자동차 업계 등의 요구사항이 충분히 반영됐다는 것. 현재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잦은 고장 등으로 알려진 경쟁력 저하와 마케팅 실패 등이 크다는 설명이다.
◆선비준의 득과실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원칙"이라며 강경하게 나서고 있다.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조기비준에 대해서도 다소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우리 정부가 선비준시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경제주체로 일관된 정책을 펼친다는 대외이미지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곽 연구위원은 "선비준 시 일장일단이 있을 수 있다"며 "미국이 재협상 카드를 들이댄다면 여러가지 행정절차나 입법절차에도 상당 부분 문제가 초래되고, 국민적 합의부분도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결국 단기간내 비준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좀 더 철저한 분석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4대 수장이 다 정해지지도 않았고, 최악의 경기침체로 내수부양 등에 통상정책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기 때문. 곽 연구위원은 "미국 측에서도 객관적으로 2011년께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이후 비준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진교 실장은 "미국이 자동차산업 등을 불공정하게 보는 것은 상당부분 오해가 반영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시간을 가지고 현실적인 자료를 통해 한미간 인식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혁진 기자 yhj@asiae.co.kr
김재은 기자 alad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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