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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여의도 환상곡

시계아이콘02분 36초 소요

2006년 여름이 지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우유마시는 조각상’ 이라는 대소동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코끼리 얼굴에 네 개의 손을 가진 조각상이 우유를 꿀꺽꿀꺽 마셨다는 인도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 인도 언론들은 한 힌두교 사원에서 이 조각상이 10리터의 우유를 마신 것으로 보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원에 운집한 수천명의 인도인들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기적의 조각상을 보기위해 힌두교사원에 몰려들기도 했습니다.



인도에 가본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할 것입니다. 코끼리 머리를 하고 있는데다 힌두교도들이 음식, 물, 꽃, 옷을 공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각상은 돌로 만들어져 있지만 우유를 주기위해 서 있는 행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풍요와 지혜를 가져다주는 신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각상은 가네샤 신입니다. 인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신이기도 합니다.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죠. 가네샤가 이처럼 인도인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내력은 이렇습니다.



가네샤의 아버지는 시바신, 어머니는 파바르티 여신이었습니다. 파바르티 여신은 목욕하는동안 자신을 지켜줄 아들을 창조합니다. 그가 바로 가네샤입니다. 그래서인지 시바신은 어머니 파바르티의 말에 매우 순종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인 시바신은 파바르티의 방에 몰래 들어가려 합니다. 어느 누구도 허락없이 자신의 방에 들여놓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을 계율로 여겼던 가네샤는 아버지 시바신의 길을 가로 막습니다. 시바는 노여움을 참지 못합니다. 자신의 뜻대로 아내를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바신은 가네샤의 목을 잘라 버립니다.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바로 얼마 후 자신이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를 후회하며 한탄합니다.



그리고 맹세합니다. 누구든 그 자리를 제일 먼저 지나가는 피조물의 머리를 얻어서 아들을 다시 살리겠다고 말입니다. 그때 그의 곁을 제일 먼저 지나간 피조물은 바로 코끼리였습니다. 오늘날 인도의 많은 가정과 힌두교 사원에서 도자로 빚은 작은 가네샤 신을 숭배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리처드 스코시가 쓴 The Secrets of Happiness 참고)



오늘 아침 가네샤신의 내력을 장황하게 늘어놓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새해들어 벌어진 여의도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격투기를 연상할 정도로 국회 하면 난장판을 연상했습니다.



정치인들이 격투기 국회를 연출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저마다 그것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만의 행동이 애국이라 생각한 채 이성을 잃고 노여움에 차 있다보니 팔 꺾이고, 목 졸리고,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아침뉴스를 접하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휴-”하며 숨을 몰아쉰 국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국회가 더 이상의 폭력사태를 피해갔기 때문입니다. 불씨는 남아있지만 100일간의 논의 후에 미디어법을 표결 처리키로 합의함으로써 여야의 벼랑 끝 대치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국민들은 격투기국회를 지켜보면서 두려움과 공포,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3월이 시작되자마자 혼란에 빠진 증권, 외환시장을 접하면서 위기설을 걱정해야 했고 그런데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국회에 실망한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하루하루 지내기가 두렵고 막막한 위기에 노출돼 있습니다. 3월이 시작되자마자 금융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환율이 그렇고 증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정치인들이 시저처럼 국가와 민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욕심(당리당략), 노여움(이성을 잃은 난장판 국회)을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간의 욕심을 참지 못해 아들의 목을 잘라버린 시바신의 후회를 반복하지 않는 국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가네샤(국회의원)를 탄생시킨 것은 파바르티여신(국민)입니다. 어머니의 명령을 끝까지 지키다 목이 잘린 가네샤처럼 국민앞에 겸손하고 약속을 지키는 국회가 되기 바랍니다. 그것만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이왕 어제저녁 극적타결에 성공했으니 앞으로는 정말 민생을 챙기는 국회,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의도 환상곡은 여기서 시작될 것입니다. 여의도 환상곡의 시작을 한 네티즌이 어린 학생에게 말한 아래와 같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조건’에서 찾으면 어떨까요?



역설적이고 유치하지만 그것이 그동안의 모습이었으니 그렇게만 하지 않으면 가네샤 조각상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싸움을 잘해야 합니다. 몸싸움은 기본이고 이단옆차기와 돌려차기를 잘하면 더욱 효과 적입니다.



□ 욕을 기막히게 잘 해야 합니다. 국회에선 토론과 타협이 통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큰 소 리와 욕설로 상대방의 기를 꺾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회다운 국회의 모습이 형성됩니 다.



□ 계절의 변화를 잘 알아야 합니다. 시기를 잘 파악해 어느 곳에 있는 것이 덜 추운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곳으로 이동을 잘 해야 합니다. 항상 철새들의 이동 시기와 경로를 평소 열심히 공부하다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미련없이 날아야죠. 추운겨 울이 오기 전에 말입니다.



□ 호통을 잘쳐야 합니다. 첫 번째는 자기입니다. 두 번째는 당내 계파입니다. 세 번째가 당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과 국가입니다.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면 정당간 에 치고받는 그 멋진 싸움을 할 수 없습니다. 그 재미로 국회의원 하는 것인데.... 때문 에 항상 자신부터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화합하고 단결하는 마음입니다. 국회 내에서는 본연의 임무인 치고받고를 화끈하게 하고 국회 밖으로 나올 때는 서로 악수하며 보람찬 하루였다고 덕담을 나누고 웃으면서 나와야 합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이코노믹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nomy.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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