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자동차 -49%·반도체 -35% 등 수출산업 ‘최악’
현대·기아차 등 생산라인 줄줄이 '스톱'
반도체 큰폭 영업적자...실적개선 불투명
기아자동차는 지난 달 이틀간 스포티지 생산라인을 멈췄다. 쌓여가는 재고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노후라인 보수공사라는 명목으로 오는 19일 까지 무려 보름 넘게 라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기아차는 다음 달에도 16일간 라인을 멈추고 재고량 조절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기실적 발표 후 처음으로 지난해 4·4분기 적자 전환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삼성전자는 올 1·4분기에도 2500억 원(잠정치)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주력 분야인 반도체(-3620억 원), LCD(-2860억 원) 사업이 큰 폭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젖줄이나 다름없는 수출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및 부품 등이 수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자동차 생산은 3개월 연속 급감하면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반토막(-49%)이 났다. 지난해부터 공급과잉으로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졌던 반도체생산 역시 35.3%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을 평가하는 생산·출하·투자 등의 지수가 1년 전보다 25.6%나 감소했다.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 양대축이라 불렸던 자동차 반도체가 급격히 무너진 결과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내수용 출하는 24.6%, 수출용 출하는 21.8%나 각각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내수용 출하는 자동차, 기계장비가 부진했고, 수출용 출하는 반도체 및 부품, 자동차 등이 고전하면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시장 1위인 현대자동차는 여전히 연간 판매목표도 못 정하고 있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위축 등으로 차량 판매가 위축되면서 해외판매 실적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1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차는 1월 국내외 판매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26.7%나 감소했고, 이 가운데 해외에 14만3648대 판매해 25.3%나 줄어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경기침체의 여파가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까지 확산되고 있어 전 세계 자동차 수출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판매가 부진한 투싼라인이 있는 울산 2, 5공장의 가동은 지난달 20일부터 오는 6일까지 멈출 계획이며 쏘나타와 그랜져 라인이 포진해 있는 아산공장도 3일 간 쉬면서 출하량 조절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산업별 수출 전망을 다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정보통신기기와 반도체 수출이 작년보다 각각 25.9%, 반도체는 23.7% 급감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D램 가격하락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일본업체의 LCD TV가격 인하경쟁도 치열하면서 반도체와 LCD부문에 대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키위기 위한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1월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25.3%가 감소, 12년만에 최대 낙폭을 그리고 있다. 국내 기계수주도 1년 전보다 47.8%나 줄었다.
기업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미래의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는 1년 남짓 동반하락하면서 우리 경제의 그늘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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