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이세나 "도자기녀 말고 배우로 기억되길"(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핸드폰'(제작 시네토리, 감독 김한민)으로 스크린 데뷔한 이세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자기녀'라는 UCC 동영상이다. 배우를 꿈꿨으나 줄곧 고배를 마셨던 이세나는 도자기녀 동영상이 2년 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며 연예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 "연기자가 되고 싶어 도자기녀 동영상 만들었죠"

이세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 도자기녀 동영상을 만들었다. 배우의 꿈은 몇 년 묵은 것이었다. 이세나는 "고3때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뒤늦게 입시 준비를 했지만 재능이 부족해서인지 연극영화과에 지원해 낙방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세나가 도예과로 진학한 것은 연기 외의 특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전공은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었지만 꾸준히 연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디션에도 계속 응시했지만 낙방이 이어졌다. 연극영화과 편입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세나는 "시험장에서 느꼈던 에너지가 두고두고 많이 남아 파장을 많이 일으켰다"며 편입 시험장에서의 희열을 잊지 못했다. 연기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킨 것이다. 결국 이세나를 연예계로 안내한 것은 도자기녀 동영상이었다. 연기 대신 택해야 했던 도자기가 결국 다시 연기로 향하는 지름길이 된 셈이었다.

◆ "바닥부터 천천히 올라가고 싶어요"

도자기녀로 뜨고 나서 이세나를 향한 연예기획사들의 구애가 이어졌다. 연기보다는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자 하는 곳도 있었고, 나이를 생각하라며 연기 외의 분야로 유도하려는 곳도 있었다. 이세나는 "현재 소속사를 만나며 연기자로서 바닥부터 천천히 걸어 올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세나의 필모그래피는 그리 화려하지 않다. MBC 시트콤 '코끼리'와 드라마 '라이프 생명 특별조사팀', '대한민국 변호사', SBS '유리의 성', KBS '아내와 여자' 등에 작은 역할로 출연한 것이 전부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핸드폰'에서도 그리 큰 비중의 캐릭터를 맡지는 못했다. 그러나 비중에 상관없이 극 전개에 핵심적인 인물이다.

이세나는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핸드폰'의 배역을 따냈다. 최종 결정이 났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김한민 감독의 손을 덥석 잡을 정도로 감격했다. 이세나는 "분량보다는 한 신이라도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면 노출은 상관 없어요"

'핸드폰'에서 이세나는 연예인 매니저의 휴대전화에 담긴 섹스 동영상의 주인공인 스타 윤진아 역을 맡았다. 극중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매니저 승민(엄태웅 분)의 속을 새까맣게 타버리게 만드는 장본인이니 비중에 관계 없이 필수 불가결한 캐릭터다.

도자기녀 동영상으로 스타가 된 이세나는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극중 섹스 동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동영상에서 또 동영상으로, 기막힌 우연인 셈이다. 이세나는 "영화 속 윤진아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며 "전 그나마 홍보성 동영상이라 견딜 수 있었지만 윤진아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발이 늦은 만큼 이세나의 포부는 당차다. "좋은 이미지건, 나쁜 이미지건 한쪽으로 굳어지기 싫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다. 이세나의 목표는 "OO하는 연기를 하는 이세나"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이세나는 "코미디, 멜로, 스릴러 등 선을 긋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1등보다는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위치가 좋고, 단 1%만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는 이세나에게 '핸드폰'은 무한도전의 서막일 뿐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