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권대우의 경제레터] 골드 미스와 ‘우울한 싱글’

시계아이콘02분 15초 소요

요즈음 ‘나홀로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싱글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95년 164만여 가구였던 1인가구가 2005년 310만여 가구를 넘어 지난해에는 334만여 가구로 13년 새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23.7%를 차지하는 것으로 총인구의 10%가 넘는 500만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대가족을 중시했던 우리 사회는 이미 핵가족구조마저 개인주의 흐름 앞에서 붕괴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의 한 보고서에서도 서울의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0%를 넘어 섰고 이들은 서울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1인가구는 ‘화려한 싱글’로 불리는 ‘골드 미스?골드 미스터’그룹과 ‘우울한 싱글’로 분류되는 실업자(산업예비군)그룹, 이혼과 기러기아빠 등 가족해체에 따른 독신자 그룹, 고령의 실버세대그룹 등 크게 4개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골드 미스?미스터’그룹은 30~40대의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과 화이트칼라 계층을 칭하는데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자기 성취욕이 높으며, 산업예비군그룹은 20대 청년실업자가 주류를 이루고 독립할 나이에도 경제적 이유로 부모에 얹혀사는 속칭 ‘파라 싱글족(패러사이트?Parasite와 싱글의 조합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독신자그룹은 이혼 등으로 홀로 된 불안정한 30~40대 계층, 실버세대는 65세가 넘는 노인으로 이들 계층의 1인가구는 도시는 물론 농촌까지 널리 확산되고 있습니다.


1인가구의 증가는 비록 우리 사회의 모습만은 아닙니다. 세계의 1인가구는 1996년 1억5350만명에서 2006년 2억260만명으로 늘어 전 세계 가구의 11.8%가 1인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북유럽의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한집 걸러 혼자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1인가구가 45%를 넘고 있으며 프랑스도 3가구당 1가구가 독신가구이며 미국도 전체 가구의 27%에 이릅니다. 이혼 가정이 많아지고 자녀수가 적어지면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1인가구 중에는 자발적으로 나홀로 삶을 선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한 싱글’로 결혼을 미루고 있는 20~30대들과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 사는 장년층 등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고 직업도 안정된 사람들이 그 부류입니다. 자기 계발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독신들끼리 각종 동호인 활동을 하는 등 비교적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도 몸이 아플 때나 강도나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는 서로 연결된 연락망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등 대처하고 있답니다.


문제는 화려하지 않은 싱글이 더 많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1인가구 가운데 노인가구와 이혼가구가 자발적 싱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로 이혼이 증가하고 사회의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원치 않지만 혼자 살 수밖에 없는 가구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은 부부가 살다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난 후 도시에 나간 자식들이 함께 살지 않아 1인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시의 독거노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다시 서울시 조사 자료를 보면 1인가구 중 한달 소득이 100만원이 안 되는 가구가 45%에 이르고 전체의 76%가 200만원 미만에 그치는 등 경제적으로 불안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든지 노동력에 손상이 오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편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60%가 1인가구인 것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인가구의 증가는 일부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 왔습니다. 먼저 주택시장에 1인용 오피스텔과 원룸형 아파트?빌라가 등장한 지 오래 전입니다. 그동안 중대형이 주를 이뤘던 아파트 시장에도 도심을 중심으로 소형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소형 가전제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1인 식탁’을 갖춘 식당도 늘어나며 셀프 빨래방과 대형 할인점에 미니코너가 생기는 등 소비 시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인가구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측입니다. 통계청은 전체 인구는 2018년을 지나면서 감소하지만 1인가족의 증가로 가구 수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년 후인 2030년엔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단독이나 2인가구 등 1세대가구이며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도 2.4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미래학자들도 곧 다가올 후기정보화사회는 1인중심의 사회가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인가구는 물론 1인 미디어가 생겨나고 1인 기업이 성장하는 등 사회 구조도 점차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가구와 이혼가구에 대한 복지대책이 시급한데 복지예산은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사회보험과 같은 복지체계도 부부중심이나 가구중심에서 이제는 개인중심의 새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진행 중입니다. 소외되고 있는 외로운 이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 봅시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