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논란' 유해용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억울한 처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기민 기자] '사법농단' 관련 중요 문건들을 파기하고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심사 도중 동료 법관에 '구명 로비'까지 벌인 의혹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2일 검찰에 소환됐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이날 "검찰의 수사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개돼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됐다"며 검찰의 수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2일 오후 2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유 전 수석연구관(현 변호사)을 불러 조사 중이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기에 앞서 자신을 둘러싼 일부 의혹에 대해 비교적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검찰 조사 때 (증거물) 파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추궁 당할 거라는 심리적 압박감이 커서 입장을 표시하기가 난처했다"고 해명했다.검찰이 유 전 수석연구관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법원에서 심사가 진행되던 중 전·현직 법관에 이메일을 보내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한테도 호소하지 못한다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유 전 수석연구관은 "이메일은 저의 안위를 걱정해서 먼저 소식을 물어보고 궁금해 하는 연수원 제자들, 법대 동기 몇 명, 그리고 고교 선배 등 아주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보냈다"며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돼서 조사를 받기도 전에 엄청난 범죄자로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검찰에 '증거물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제출하고도 자료를 파기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서약서) 작성 의무가 없는데도 검사가 장시간에 걸쳐 확약서 작성을 요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유 전 수석연구관은 대법원 재직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영재 원장 부인 박채윤씨의 특허소송과 옛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그는 대법원을 나오면서 대법원 재판연구관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내부 기밀자료들을 대량 불법 반출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 5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 같은 기밀유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 수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대부분 기각됐다.그러던 중 유 전 수석연구관이 핵심 증거물들을 삭제ㆍ파쇄한 것이 확인되면서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다. 그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가위와 드라이버 등으로 파기한 뒤 자택 근처의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압수수색 다음날인 6일 증거물을 파기했지만 9일 진행된 검찰 소환조사 당시에도 이 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유 전 수석연구관은 증거 파기 논란에 전날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폐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유 전 수석연구관은 압수수색 영장 심사가 진행되던 중 전ㆍ현직 판사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돌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법원 내외부에서는 차관급 고위법관 출신인 유 전 수석연구관이 법원 영장 심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유 변호사 영장을 기각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2014년 유 변호사가 선임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의혹이 더욱 커졌다.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심사가 미뤄지는 동안 다수 형사 사건의 증거물임이 명백한 대량의 대법원 재판자료가 고의로 폐기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며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법 시스템이 마치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무력화됐다. 철저히 수사해서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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