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빌려준 돈 떼일까봐…은행株, 시름시름

은행권 대출 연체율 상승에 투자자들 심리 약화…전문가들 '자산건전성 우려 아직은 시기상조'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제조업에 불어닥친 경기불황 여파가 은행주까지 영향을 뻗칠 기세다. 은행 업종지수가 약세를 보이는가하면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상승전환하면서 자산건전성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약화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은행업종지수는 올 1월 346.07로 최고가를 찍은 이후 이달 들어 305.73까지 하락했다. 거래량도 감소세다. 같은 기간동안 은행 관련주 거래량은 하루 320만9000주에서 169만6000주 수준으로 줄었다.
은행별로는 제주은행의 주가하락이 두드러졌다. 제주은행은 11일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에 기관이 팔자세로 돌아서면서 장 한때 539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날 제주은행은 전 거래일 대비 8.38% 하락한 5250원에 거래를 마쳤다.기업은행도 지난해 12월 최고가인 1만7350원을 기록한 이후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5월부터 줄곧 하락세를 기록한 기업은행은 지난 7일에는 1만4300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까지 미끄러졌다.올 2월 1만3200원까지 올랐던 광주은행 주가는 이후 23% 내려앉은 1만150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한 달 간 1만1000~1만1400원 사이에서 밴드를 형성하며 지지부진하게 움직이고 있다.이 같은 흐름 속에서 최근 연체율 상승 움직임은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전월대비 0.05%포인트, 전년동기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8%로 전달 0.48%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이는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 상승률(0.08%포인트)보다 높은 수치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81%로 조사됐다.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정책에 따라 국내은행들은 중소기업대출, 그 중에서도 비외부감사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많이 늘린 바 있다. 이들 비외부감사 중소기업들은 작은 충격에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올 상반기 국내은행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와 부실축소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로 당기순이익이 증가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가계대출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늘렸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주의해야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소규모 중소기업들은 수출대기업의 협력업체가 많아 수출동향에 민감해 미ㆍ중무역 갈등 고조로 수출이 악화되면 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무조건 대출을 회수하기보다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선제적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전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반면 현재의 연체율 상승은 분기효과가 큰 만큼 구조적인 자산건전성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은행 연체율 상승은 분기효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은행의 연체율이 전월대비 상승한 것은 분기 중 효과 영향이 큰 것으로, 구조적인 자산건전성 악화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통상 은행의 연체율은 분기 말이나 연말에 부실채권 상각 및 매각이 대규모로 시행되면서 하락하고 분기 중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년동기대비 및 분기효과를 제거하면 은행 대출자산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유 연구원은 "오히려 우려했던 가계부문 연체율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며 "은행의 연체율 상승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는 현 시점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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