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김현미 장관 '집값 불면의 밤', 부동산 종합처방 묘수는…
기사입력 2018.09.12 11:38최종수정 2018.09.12 11:38 건설부동산부 류정민 기자
평민당 입당 후 정치 경험 30년, 대변인으로 이름 날려…文대통령 발탁, 장관 자리에 올라 부동산 해법 고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아버지가 집에 가두면 슬리퍼 차림으로 담을 넘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81'은 운명을 바꿔놓은 숫자다. 81학번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접한 뒤 학생운동의 길에 들어섰다.

어렵게 가르쳐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진학시켰는데 학생운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지만 딸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는 건 부모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1980년대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수많은 '불효자'를 양산했다. 김 장관도 시대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었던 1980년대 청춘들과 함께 아스팔트 열기와 매캐한 최루가스 가득한 공간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26세의 어린 나이에 평화민주당 당직자가 된 것도 세상에 대한 변화를 꿈꿨던 대학 시절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1988년 입당했으니 김 장관의 정치 경력은 30년에 이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7선 국회의원)가 김 장관과 평민당 입당 동기다. 김 장관을 설명할 때 언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는 정당 대변인(부대변인),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 등 정치인생의 상당 기간을 언론과 호흡하며 생활했다. '원정 출산' '수첩 공주' 등은 김 장관이 대변인 시절 만들어낸 작품이다.

대변인으로 더 유명했던 정치인 김현미를 현재의 자리에 올려놓은 인물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내던 시절 김 장관을 비서실장에 발탁한 것은 정무적 감각과 기획 능력, 언론 홍보 전문성 등을 두루 살핀 결과다.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사상 첫 여성 국토부 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최근 이뤄진 중폭 개각을 앞두고 김 장관이 교체 대상자로 거론되지 않았던 것도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장관의 어깨는 더 무겁다. '실세 장관'이라는 평가는 양날의 검이다. 권한의 무게 만큼 책임도 클 수밖에 없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동산시장 과열 흐름이 이어지면서 김 장관은 뭇매를 맞고 있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실망감이 반영됐다. 믿음을 토대로 중책을 맡긴 문 대통령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집값이 오르는 게 제일 마음 아프다. 잠도 잘 못 잔다." 지난 5일 김 장관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만나 전한 얘기는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그의 고민이 녹아 있는 발언이다. 서울, 과천, 분당, 하남 등의 올해 아파트 값 상승률은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김 장관의 계산은 빗나갔다.

굳이 집값 안정(?)을 이뤄낸 곳을 꼽자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이다. 김 장관 지역구인 일산은 '나 홀로' 부동산 한파를 경험하고 있다. 아파트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커녕 더 떨어지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장관 역시 서울 집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일산 와서 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일산 서우과 동구의 아파트 값은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각각 2.1%, 1.8%씩 떨어졌다. 반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값은 같은 기간 7.3% 올랐다.


김 장관은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부동산시장의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과열 흐름을 잠재우고 지방의 부동산 침체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 안정을 위한 '묘수'를 찾으려면 지난 시간에 대한 복기가 필요하다.

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일부 국토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대등록 세제 혜택이 과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김 장관이 언론 홍보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뼈아픈 실책이다.

김 장관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좋은 정책을 내놓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실행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이 연착륙하려면 국회 특히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 장관이 30년간 다진 경험을 토대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집값 불면증'에서 스스로 벗어날 길이 열릴지 모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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