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근위대장이 야권운동가에 보낸 '결투' 신청, 법적으로 가능할까?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가근위대 유튜브 채널에 나온 러시아 국가근위대장인 빅토르 졸로토프의 모습. 해당 동영상에서 졸로토프는 야권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직접 결투신청을 했다.(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러시아 국가근위대장이 야권운동가에게 공개 결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양의 결투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19세기까지 살인죄 저촉을 받지 않던 결투는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서구 국가들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오늘날에는 모든 나라에서 금지돼있는 과거의 폭력적인 관행을 고위공직자가 공개적으로 신청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야권운동가들에 대한 테러와 암살사건이 늘고 있는 러시아에서는 공개적인 협박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외신들에 의하면, 러시아 국가근위대장인 빅토르 졸로토프는 11일(현지시간) 국가근위대 유튜브 채널에 직접 나와 야권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결투를 신청했다. 7분 길이의 이 동영상 속에서 졸로토프는 "나에 대해 당신은 모욕적이고 중상적인 생각을 발표했다. 장교사회에서는 그런 행동을 용서하지 않는다"며 "당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링이든 다다미든 어디든 좋다. 당신을 몇분안에 커틀릿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저명한 시인이었던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1837년, 불과 38세의 나이에 결투 도중 숨을 거뒀다. 결투 장면을 그린 작품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졸로토프 근위대장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결투를 신청한 이유는 지난달 말 나발니가 운영하는 '반부패재단'에서 국가근위대의 식료품 조달 과정에서 조달업체가 질낮은 식료품을 높은 가격에 납품하고 있으며, 조달업체와 근위대 지도부간의 밀거래가 있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지난 2016년에는 졸로토프의 부정축재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졸로토프의 결투 신청에 대해 러시아 야권은 일종의 공개적 '협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야권 지도자들의 잇따른 암살 사건이 발생했던 러시아 상황에 비춰볼때, 결코 허풍은 아니라는 것.19세기에나 유행하던 결투를 21세기에 국가 고위공직자가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결투는 중세시대 이후 귀족사회에서 유행하던 문화로 19세기 중반까지도 양자간 합의된 결투에서 사람이 사망해도 살인죄로 처벌받지 않았다. 러시아의 유명한 시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 등 19세기 당시 유명 인사들도 모두 결투를 벌이다 사망했을 정도로 크게 유행했다. 이후 너무 많은 사람들이 결투에서 숨을 거두면서 결투금지법이 각 국에서 제정됐고, 메이지시대 일본을 거쳐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에도 결투금지법이 있었다고 알려져있다.시대를 뛰어넘은 공개 결투 신청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일단 근위대장의 편을 노골적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다. 졸로토프의 동영상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법을 어기는 비양심적인 중상의 경우 그것을 뿌리부터 자를 필요가 있다. 몇몇 특별한 경우에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 싸울 수 있다"고 말해 근위대장의 행동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다만 "졸로토프가 자신의 동영상에 대해 크렘린과 상의하지는 않았다"며 "그의 발언을 신체적 협박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야권에서 제기된 협박 공세에 대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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