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 안된다' 이동걸의 직언

1주년 간담회…소신발언·직언 쏟아내 '산은 밑에 들어오면 기업, 안나가려 한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부동산으로 돈 버는 나라에서는 혁신ㆍ창업 기업이 안 된다."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한국경제와 관련해 뼈 있는 직언(直言)을 쏟아냈다. 이 회장은 1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제일 흔한 게 돈이다. 부동자금이 1000조원이다. 그게 다 부동산에서 번 돈"이라며 "부동산에서 번 돈은 부동산으로 가지, 혁신ㆍ창업 기업으로 안 간다"고 말했다.그는 "강남에 가서 '부동산으로 돈 번 사모님들, 벤처펀드 1조원 만들면 큰 상을 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다"며 "부동산 광풍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라고 했다.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부동산으로만 자금물꼬가 흐르는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3월에도 "기업구조조정 제도 이전에 사회보장 장치가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업급여나 재취업 프로그램이 잘돼 있어야 부실기업 구조조정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이다.신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선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성장지원펀드를 조성하는 등 강력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육성은 1~2년 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임기중 빛을 못 보더라도 다음 또는 그 다음 회장 임기 때 성공할 수 있도록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남북경협과 관련해 시장을 살피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중국 단둥ㆍ선양 등을 찾아 분위기를 보고 왔다. 남북경협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지 밑그림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이밖에 한국GM의 정상화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선 "GM과 합의한 게 10년에 걸친 투자와 신차 배정"이라며 "그 계획은 유효하다. 금호타이어도 마찬가지다. 정상화에 시동 건 게 불과 두세 달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시기가 이르다)"고 설명했다.대우건설 재매각과 관련해 "상당 기간을 갖고 대우건설을 재정비해 값을 올려 팔겠다"며 "조급히 매각을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이 회장은 간담회 말미에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어떤 기업도 산업은행 밑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해지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있다. 그런 기업이 독립심과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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