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낙타와 메르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여행하거나 출장을 가게 되면 꼭 현지인들이 '강추'하는 기념품이 있다. 바로 '낙타비누'다. 현지에서 즐겨 먹는 낙타 우유를 원료로 사용해 오크ㆍ라벤다 등 갖가지 향을 첨가한 낙타비누는 중동 국가를 방문한 사람들이 고국에 들어갈 때 꼭 챙겨야 할 베스트 아이템이다.낙타우유는 현지인들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중동 국가로 여행할 때 마트나 호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낙타우유는 별미로 꼽힌다. 특유의 강한 향과 일반 우유보다 점성이 높은 멸균 낙타우유는 중동 국가에서 맛볼 수 있는 희귀한 음식이기도 하다. 두바이에서 '낙타 타기'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사막 투어와 함께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낙타 등에 올라타 모래사막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은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기자는 지난해 취재차 사우디와 두바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중동국가 방문은 처음인 데다 여성에게 특히 보수적인 국가라 잔뜩 긴장을 했다. 인천공항에서 중동국가로 떠나기 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날아오는 '낙타접촉·낙타고기나 낙타우유 섭취자제', '입국후 14일 이내 발열 등 증상시 1339 신고' 안내 문자를 받으면서 중동국가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기만 했다.그러나 막상 두바이 현지에 들렀을 때 기자가 받은 인상은 이와는 사뭇 달랐다.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브루즈칼리파' 등을 보유하고 있는 두바이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관광객들은 낙타를 타고 야간 사막을 투어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이런 관광지 분위기 속에 젖다 보면 점차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경계심은 풀리고 만다.물론 중동 대표 기념품으로 손꼽히는 낙타비누나 낙타우유는 멸균가공 처리됐기 때문에 최근 3년 만에 재발한 메르스 문제를 일으킬 소지는 없다. 질본에 따르면 이번에 쿠웨이트에서 두바이를 거쳐 입국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도 현지에서 낙타 접촉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스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검역체계와 의료기관 내 감염을 막기 위한 병원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메르스가 치사율 20∼46%에 달하고 별다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 감염을 막기 위한 개인의 예방의식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메르스 재발을 계기로 해외를 방문하는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서소정 기자 ss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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