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집 값이 낳은 풍경①]집안싸움·동네싸움 비일비재…'집단 우울증 나타날 수도'
기사입력 2018.09.10 10:48최종수정 2018.09.10 13:09 건설부동산부 김현정 기자
매수 시점 저울질하는 사이 집 값 2억 껑충…부부 싸움 원인 돼
"집 값 오른다고 호들갑 떨지마…강남이 답" 비뚤어진 자부심
이웃한 지역 간 '대장주' 자격 두고 말다툼
"상승 속도 너무 가팔라 모두가 후회 느끼는 시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나홀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이모(35)씨와 남편 최모(40)씨는 최근 이혼 얘기까지 오가며 냉전중이다. 남편이 해외 출장을 떠난 사이 이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앞서 집을 사자는 이씨의 의견을 남편이 받아들이지 않는 사이 작년 말 5억원대 후반이던 전용 면적 84㎡ 호가가 7억원까지 치솟았고, 급기야 집주인은 7억5000만원까지 값을 올렸다. 남편이 출장지에서 "지금 집을 사는건 호구(虎口ㆍ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라고 이씨를 비난하면서 부부는 현재까지도 '네 탓 공방' 중이다.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이 가정 내, 지역 간 갈등의 원인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씨 부부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부 가운데 한 쪽은 줄곧 '매수'를 주장하고, 나머지는 을 근거로 '하락론'을 내세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집 값 탓에 서로를 향한 힐난과 책망을 거두기 어려운 분위기다.

거주지에 대한 비뚤어진 자부심이 인터넷 상에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최근 상대적으로 '덜 오른' 강북지역의 강세로 일부 인기 단지의 가격이 강남을 따라잡으면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말다툼이 비일비재하다. 마포에 거주중인 주부 도모(41)씨는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마ㆍ용ㆍ성(마포ㆍ용산ㆍ성동)'이 지금 오른다고 호들갑떨지 말아라, 거품일 뿐이고 결국 강남이 답'이라는 내용의 글을 봤다"면서 "자부심이라고 하기엔 지나쳐 단지 커뮤니티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집 값 상승 속도와 '대장주(대표단지)' 자격을 두고 강남권 내에서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공인중개사 백모(61)씨는 "강동과 송파, 송파와 강남, 강남과 서초 등 이웃한 지역 간 가격경쟁과 헐뜯기 싸움이 온라인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매물이 없어 호가가 실거래가가 되고, 극소수의 거래량이 시세를 만들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자존심 싸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둘러싼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집단 우울증'으로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주택시장은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팔라 누구라도 아쉬움, 후회를 느끼는 시장이 됐다"면서 "아버지 세대, 할아버지 세대에 걸쳐 나타나는 게 아닌 급속도로 내 세대 안에서 벌어지는 가격변화다 보니 그 격차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주택소유 여부나 거주지, 단지별로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버렸다"면서 "욜로(YOLO,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로 현실을 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장기화 될 경우 사회 전반의 집단 우울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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