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딜레마③]文 강조 데이터경제…의료현장선 '환자정보 장사' 발목
기사입력 2018.09.07 10:28최종수정 2018.09.10 11:19 4차산업부 박혜정 기자
혁신의 딜레마 <3>의료 빅데이터 활성화

'데이터의 꽃' 의료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걸림돌
EU는 공익·연구 등 목적일 땐 당사자 동의 없이 활용 가능
용어·범위 등 관련규정도 명확히 정리 필요
국내서도 활용·규제 접점 찾아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박혜정 기자] "헬스케어사업에 진출한 미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축하를 받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팔아 돈을 벌려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소장은 최근 기자를 만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가 총 100억원을 출자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대기업 그룹과 국내 대표 IT기업, 1일 평균 외래환자 1만1862명으로 국내 최대 의료 데이터를 보유한 병원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뒤이어 돌아온 것은 민간기업이 예민한 환자 건강정보를 활용해 사업화에 나선다는 반발이었다. 병원 발표 이후 시민단체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 정부에서조차 향후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우려를 깊이 표명한 상태다. 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치고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둔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집중하는데 우리는 첫 걸음마 떼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대통령 데이터경제 활성화 현장선 '제자리걸음'=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경제 활성화 규제 혁신을 언급하면서 의료 빅데이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행보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의료 빅데이터는 '데이터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감한 정보이다 보니 개인정보보호라는 큰 걸림돌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에 따르면 가명처리된 개인정보를 공익ㆍ연구ㆍ통계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당사자 동의 없이도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규정을 어겼을 때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처벌조항도 센데 우리나라도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해 활용과 규제에 대한 접점을 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는 최종 목적이 아니라 '퓨처 메디신(미래 의료)ㆍ디지털 헬스케어'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이라면서 "의료 빅데이터는 우리나라가 좁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대표는 명확하지 않은 법 규정으로 인해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 데이터'에 대한 용어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개인정보보호도 정확한 법 규정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형태로 돼있어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근 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만, 이 '비식별화'에 대한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빅데이터 특별법' 제정…반대 의견 부딪혀 난항=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대한 산업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감한 보건의료 정보를 보호하면서도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는 섬세한 균형 감각이 필요한 숙제를 떠안았다.

관건은 사회적 공감대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이냐다. 당장 시민단체들은 복지부가 추진 중인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보건의료 정보를 연구에 활용하는 주체가 민간연구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제3자"라며 "보건의료 정보의 민감성, 유출 시 피해,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법제 정비가 우선이고 많은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가 수집ㆍ보유하는 보건의료 정보를 비식별화 조치를 거쳐 연계ㆍ개방한다. 현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만 공익적 연구 목적으로 공공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는데, 이를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 (지방)공공기관, 국내 의료기관ㆍ학계ㆍ연구기관으로 넓힌 것이 특징이다. 단 공공적인 목적의 학술 연구에 한한다. 시장 분석, 마케팅 등 영리적 연구는 제외다. 최근 정부가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 한 '가명정보'를 활용해 데이터 산업 분야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한 것보다 뒤처지는 수준이다. 가명정보를 활용하면 개인 동의 없이도 시장조사 등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통계 작성과 연구 등을 할 수 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보건의료 분야 정보 활용 방법 및 오남용 제재 조치를 담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 입법안을 발의한다는 로드맵도 세워놓았다. 그러나 심의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입법안을 마련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심의위에서는 지난 7월 첫 회의 때 "보건의료 빅데이터 보호 및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령이 미비하다"며 법 제ㆍ개정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양성일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는 관점이 다양해 이해당사자들의 논점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면서도 "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정보 공유의 편익을 실감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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