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주택공급 확대론…'서울 집 충분한 거 맞나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 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택 공급 확대를 주문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시각을 견지했지만, 여당 수장이 다른 메시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당 대표의 시각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정부ㆍ여당의 엇박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 조율이 동반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지난 3일 이 대표의 최고위원회 발언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세제라든가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주택 공급 부족 논란은 정부와 시장의 견해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시장에서는 서울 부동산의 특수성을 고려한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서울 주택 공급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서울 입성을 꿈꾸는 수도권과 지방 수요를 고려할 경우 결과는 달라진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주택 공급 부족론에 선을 긋고 있다. 올해와 내년 주택 공급(입주) 물량이 수치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주택 공급량은 기존 분양 물량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진행 정도를 비롯해 인허가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예상한 수치다. 올해 서울 신규 주택 공급량은 약 7만4000가구다. 지난해 7만784가구보다 5%가량 늘어날 전망이다.내년에는 이보다 많은 8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2020년에는 7만가구로 물량이 줄고 2021년에는 6만4000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은 7만가구로 다시 증가할 전망이다. 5년간 연평균 공급량은 7만2000가구 수준이다.이는 국토연구원의 서울 주택 수요 조사보다 많은 수치다. 국토연구원은 가구 수와 소득ㆍ멸실 요인을 감안해 서울 신규 주택 수요를 추정했다. 2018~2022년 5년간 연평균 5만5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마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게는 8000가구에서 많게는 2만5000가구까지 넘칠 것으로 예상된다.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올해 주택 공급량은 32만4000가구로 지난해 28만1522가구보다 15% 증가할 전망이다. 5년간 연평균 공급량은 약 26만3000가구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수도권 주택 수요는 연평균 22만1000가구다. 수도권 역시 공급이 수요보다 연간 4만2000가구가 많은 것으로 예상됐다.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주택 공급 확대론을 내놓은 것은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의 주택 수요 추정치는 모든 변수를 고려한 결과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 주택 수요를 둘러싼 통계가 모든 변수를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은 국토부 쪽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에서 올라오는 (주택) 수요까지는 어쩔 수 없다"며 "그래서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잠재적 수요를 고려한다면 서울 주택 공급이 충분하다는 논리의 근거는 흔들릴 수 있다.한국의 경제 구조상 자산가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 400명의 자산 구성을 조사한 결과 부동산 비중은 올해 53.3%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선진국에 비해 노후 안전망이 부족해 자산을 불리는 수단으로 부동산이 큰 역할을 해 온 게 사실이다. 거주 공간을 왜 투자의 대상으로 삼느냐는 지적은 시장 논리와 맞지 않은 탁상공론에 가깝다는 얘기다.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해찬 대표가 시장을 제대로 보고 있다. 어디에 공급하느냐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수도권 변방에 하면 효과가 없다"면서 "부동산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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