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공자가 포기한 사람들
기사입력 2018.09.04 14:19최종수정 2018.09.04 14:19 사회부 김봉수 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공자 일행이 길가에서 용변을 보던 사람을 만났다. 공자는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그 사람을 혼냈다. 또 다시 길을 떠난 공자 일행 앞에 이번엔 아예 길 한가운데에서 대놓고 용변을 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주변의 '기대'와 달리 공자는 조용히 그 사람을 외면했다. 제자들이 묻자 공자는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야 가르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불행히 요즘 세상에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공자가 포기한 사람들'(공포사)가 넘쳐난다. 예전의 과오와 실패를 반성하고 부끄러워 하기는 커녕 대안도 없이 비판과 저주를 퍼부어 대는 세력들이 많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허울 좋은 '창조 경제'라는 정책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갉아먹었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주고 규제만 풀어 주면 경제가 발전하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낙수 효과' 신화만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나. 빈부 격차ㆍ경제력 집중 현상만 극대화되고 일자리는 해외로 다 빠져나갔다. 기업들은 대통령에게 뇌물을 바치며 사익을 도모했고 '갑질'에 열중했다.

젊은이들은 마침내 이 곳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아이를 낳지 않는다. 중년 이상 세대들도 고독사에 내몰리고 있다. 구성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나머지 '사회적 자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들은 스스로 나서 촛불을 들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다. 단순한 여야 정권 교체가 아니라 사회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의지였다.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수많은 논란과 선거를 거치면서 선택받았다. 현 단계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데 일정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공포사들은 대안도 없이 오로지 한 물간 기업 규제 완화와 낙수 효과를 외친다.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분배 악화 등 일시적인 경제 지표의 후퇴를 문제삼지만, 본격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이 시행되고 효과를 발휘한 후 평가해도 늦지 않다. 심지어 지난해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 90%가 문을 닫았다거나 실직해 자살한 사람이 나왔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범람한다.

부동산도 서울의 단기적 가격 안정에 실패했지만, 아직은 기존 금융 정책 위주의 거래 규제 외에 새로운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기도 전이다. 공공주택 공급 증가, 보유세 인상 등은 물론 청와대ㆍ국회 세종시 이전과 같은 장기적 비전 모두 한 발짝도 떼지 못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ㆍ강북 개발 계획 언급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주범은 시장 상황이다. 지나치게 많은 유동성, 48%에 불과한 자가 주택 보유율, 부동산에 올인 한 자산 관리 행태, 일부 투기 세력 등 부동산 시장은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이다.

마땅히 해야 할 도시 계획을 세운 박 시장의 말 한 마디가 불을 질렀다고 마녀사냥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밖에 탈핵ㆍ신재생에너지 정책이나 개헌 등 꼭 필요한 변화에 마저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저항하는 기성 세력들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단기적 굴곡이나 후퇴가 있을 지라도 30년 만에 도래한 대변화의 시기다. 스스로 정성을 다하는 자만이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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