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화의 Aging스토리]나이들면 운전도 '눈치'?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6월부터 배포하고 있는 실버마크. 왼쪽은 차의 앞유리에 오른쪽은 차의 뒷유리에 붙입니다.[사진=도로교통공단]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나이가 들면 운전도 쉽지 않습니다. 운전하는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 감소하고 인지 운동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운전 경력도 많고 교통법규도 잘 알고 있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이지요.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712만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유엔기준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우리 사회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적 근심은 물론 각종 사회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건수 증가도 그런 문제들 가운데 하나입니다.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84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737명이었던 2013년 이후 4년 만에 15.1%가 늘어난 것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3년 5092명에서 지난해 4185명으로 17.8%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거스르고 있는 것입니다.65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지난 6월말 기준 294만5737명으로 전체 면허소지자 3191만 4393명의 9.2%에 달합니다.정부는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교통안전 캠페인 등 다각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률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3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보험료를 5% 할인해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난해 교육 이수자는 9344명에 그쳤습니다. 운전면허증을 가진 고령 운전자의 0.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요.또, 부산시는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증을 자진반납할 경우 시에 등록된 상업시설을 이용할 때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해주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한 다른 나라들도 엇비슷한 대책을 추진하면서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운전면허 자진반납자에 대한 요금할인 혜택카드 지급과 함께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돕는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등의 주행보조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과 함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미국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갱신주기를 3년 이하로 줄이고, 신체 및 인지능력 테스트, 도로주행 시험 등을 다시 받도록 했습니다. 또 도로의 디자인을 고령자 편의 위주로 개선하고, 안전정보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방면으로 고령 운전자 안전대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영국도 자치주와 전문기관에서 의료지침과 안전운전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이처럼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다각적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고령 운전자가 신체 능력 저하로 순간적인 상황에서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고령 운전자들이 사고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우선 차량에 '실버마크'를 부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역 경찰청을 중심으로 실버마크제(고령 운전자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전국 경찰서 및 운전면허시험장, 교통안전교육장에서 무료로 실버마크를 배포합니다.라디오 볼륨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청력은 보통 일반인보다 낮기 때문에 라디오나 히터, 에어컨 등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여야 합니다. 내부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돌발 상황을 알리는 소리를 듣지 못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좌석을 높여 시야를 확보해야 합니다. 고령 운전자 가운데 녹내장이 있는 분들은 차선변경 및 교차로 진입 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좌석을 높이고 전면 유리와 사이드 미러를 깨끗이 닦아 시야를 확보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커다란 후방거울을 설치하는 것도 좋습니다. 평소 어깨와 목이 저리거나 뻣뻣한 고령 운전자들은 후방거울을 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번 뒤를 돌아보기 어려운 운전자들은 커다란 후방거울을 설치해 후방 상황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사실 안전운전에는 나이가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고령 운전자는 스스로의 신체 상태를 인식하고 한계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비교적 젊은 운전자들도 주변에 실버마크를 부착한 차량을 발견한다면 양보하거나 배려해준다면 보다 즐거운 운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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