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랑 90만원 구직수당'으로 폐업 자영업자 비명 못 막아…땜질 처방 대책(종합)
기사입력 2018.08.22 15:33최종수정 2018.08.22 16:08 소비자경제부 이선애 기자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 발표…일부 단체 일단 '환영'
자영업자 대책, 최저임금 제도개선이 본질…업종별·규모별 차등화
구직수당·환산보증금 확대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 불과'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으로 풀어야 합니다. 5인 미만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의 로드맵이 없는 이번 대책은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인 처방으로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적자가 심해 도저히 식당을 운영할 수 없어 페업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에게 3개월간 월 30만원씩 구직 활동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지금 꼴랑 90만원으로 다시 재기를 해보라는 건가요? 진짜 생색내기에 불과한 지원이네요."

"그게 무슨 자영업자 지원 대책입니까? 최저임금이 본질이에요. 환산보증금 확대도 진짜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임대차 분쟁의 핵심을 벗어난 문제에요."

정부가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지만, 자영업자는 알맹이는 쏙 빠진 지원 대책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좀 더 세밀한 정책으로 경영부담을 현실적으로 낮춰 달라고 입을 모았지만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쏙 빠졌다는 주장이다.

우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또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 제도도 폐지를 주장했지만, 상향이라는 미봉책이 제시됐다. 폐업 자영업자수가 올해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직수당 지급 역시 현실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의 정책일 뿐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화 빠진 대책은 본질 외면한 것=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최저임금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5인 미만'의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 적용을 유예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기대했지만, 이번 대책에서 이 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소상공인단체들은 최근 1년 가장 큰 경영비용 변화가 인건비에서 발생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별도 기준이 있는 만큼 근로기준법 기준을 최저임금법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현실화와 규모별 구분적용 법제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부진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대책을 환영하지만, 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 현실화와 규모별 구분적용 법제화가 반드시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당정이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에 대해 환영을 뜻을 표하면서도 정부와 여당이 보다 세밀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추가 보완 입법 등 후속 대책을 내놓길 기대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5인 미만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의 로드맵이 없는 이번 대책은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인 처방으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급격한 최저임금으로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됐다는 소상공인의 절규에 귀 기울여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제시해야 소상공인들도 대책의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내린 내년 최저임금 결정안에 대해서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소상공인 단체에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추천권을 부여하겠다는 방안을 담았으나,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법정 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를 명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현 정부가 연합회 '패싱'의 연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현행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는 "연합회가 주장해온 5인 미만 사업장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의 당위성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폐지해야=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기준이 되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이다. 2002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처음 명시된 뒤 올해까지 4번 상향 조정됐다. 서울은 현재 '6억1000만원 이하'다. 이 기준을 월세로 환산하면 보증금 1억원에 월 500만원을 내는 임차인까지 포함된다.

정부는 서울시 등의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높여 임대차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환산보증금 자체를 폐지해 모든 임차인들이 임대차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감정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서울 시내 상가(1326개 표본) 중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건 9.6%였다. 지난해 6월 말 서울시가 조사한 상가 환산보증금 실태조사에서도 기준을 넘는 곳은 11.4%에 그쳤다. 상가매물전문포털 점포라인에 현재 등록된 서울 상가 매물 3만4511건 중 2697건(7.8%)만 기준을 넘었다. 실제로는 90%가량의 상가가 보호대상이었다.

전문가들은 환산보증금 확대는 임대차 분쟁의 핵심을 벗어난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대료가 비싼 상가 일부를 제외하면 혜택이 없어서다. 게다가 기준을 초과한 상가들도 현행법의 예외조항을 통해 부당한 계약해지 방지나 5년간 계약 보장 같은 기본적인 보호는 받을 수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환산보증금을 아예 없애야 한다"며 "환산보증금 기준만 높이면 임대업자들은 또 이를 피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환산보증금을 폐지해 모든 영세 자영업자가 임대료 인상률 상한 등 임차권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완영 의원은 21일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전진' 간담회에서 "정부는 작년 말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서울시 기준 4억원에서 6억1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지만, 현재 임대료 또한 대폭 상승해 여전히 보호의 테두리 밖에 놓인 곳이 많다"며 "환산보증금 기준 상향은 단기적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임차인들이 임대차보호를 받도록 '환산보증금 제도 자체의 폐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정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보호대상 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기준 상향 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 대책 브리핑이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리고 있다. 이상훈 소상공인정책실장(왼쪽 네 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구직수당·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 확대 '미봉책'…올해 폐업 자영업자 100만명= 자영업자들은 그동안 부가가치세법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음식점 등이 명세농산물 구입시 적용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의 공제한도를 한시적으로 5%p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연말까지 특례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한국외식업중앙회는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제1차 최저임금 인상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부가가치세법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한도폐지를 요구했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아르바이트생보다 빈곤한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정부는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가가치세법 의제매입세액 공제율 한도폐지와 더불어 자영업자를 포함한 정부 특별기구 설립, 가맹점 매출 구분 없이 신용카드 수수료를 1%로 인하, 외식지출비 소득공제 신설 등을 요구했다.

당정이 내년부터 폐업 자영업자에게 구직촉진수당 지급을 검토하는 것은 당장 고용보험의 안전망 밖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다. 올해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영업자들은 200명 중 1명꼴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2012년 고용보험법을 개정해 근로자 50인 미만을 고용하거나 홀로 일하는 사업자에게 고용보험 가입이 허용된 이후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0.5% 수준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1차 최저임금 인상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사실상 사형 선고"라며 "정치권과 정부가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하지만 이 또 한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또 혈세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에 이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을 또다시 세금으로 해결해 보려고 하는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는 것.

한 소상공인은 "지금 당장 폐업 위기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를 돕는 것이 재기 지원보다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의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폐업을 검토중인 한 자영업자는 "지금 꼴랑 90만원을 손에 쥐어주겠다는 것"이나면서 "월급쟁이가 받는 실업급여도 이보다는 많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자영업자 역시 "망하지 않게 도와줘야지, 망하고 난 후에 지원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사후약방문 대책으로는 자영업자를 살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법인사업자는 90만8076명에 달한다. 그중 95% 이상은 음식점과 주점, 카페, 치킨집, 소매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올해는 폐업이 100만명을 넘을 것이란게 예상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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