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의 행복심리학 4]아름다움은 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기사입력 2018.08.22 09:35최종수정 2018.08.22 09:35
이용범 소설가 1917년 뉴욕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기괴한 작품 하나가 출품되었다. 진열대 위에는 낡은 소변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 소변기는 곧 철거되었지만, 2004년 영국 미술인들에 의해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마르셀 뒤샹의 '샘'이다. 이보다 더 황당한 작품은 피에로 만초니가 선보인 '예술가의 똥(Artist's shit)'이다. "예술가의 배설물 포함. 신선하게 보존된 30g. 1961년 5월 깡통으로 생산"이라는 문구가 적힌 이 작품 중 하나가 2007년 경매에서 12만4000유로에 낙찰되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고 싶어질 것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혹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의 기원과 진화
예술의 기원에 관해서는 크게 세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첫째, 예술이 문화적 산물이라는 것. 이 관점에 따르면 예술은 삶에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지만 문화적으로 학습된 일종의 잉여이며, 그 자체로 존재 의미를 갖는다. 둘째, 예술은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 된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 이 관점은 예술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본다. 셋째, 절충주의는 앞의 두 관점을 비판적 수용하면서 다양한 이론들로 분화된다. 대표적으로 유전자-문화 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 가설과 밈(meme) 가설을 들 수 있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심미안을 타고난다는 증거는 많다. 1859년 '종의 기원'을 출간한 찰스 다윈은 인간의 고귀한 정신 능력이 어떻게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할 수 있었는지 고민에 빠졌다. 이 고민은 아름다움이 생존과 번식에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는 오랜 고민 끝에 '종의 기원'을 출간한 지 12년 만에 인류 진화의 비밀을 밝힌 '인류의 기원과 성 선택(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을 출간한다.

찰스 다윈의 '인류의 기원과 성 선택'. 다윈이 주목한 것은 수컷의 화려한 장식물이다. 가령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는 위험에 처했을 때 거추장스런 장애물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살아남은 자를 선택하기 때문에 공작의 꼬리는 자연선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극락조를 비롯한 상당수의 새들도 생존에 방해가 될 만큼 쓸모없는 장식물을 달고 있다. 왜 이런 장식물이 도태되지 않았을까? 다윈은 수컷의 아름다움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한 성 선택(sexual selection)을 통해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암컷의 관심을 끌 목적이 아니라면, 왜 자연은 수컷에게 그렇게 요란한 옷을 입혔겠는가?

아름다움은 외모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우어 새(Gardener bowerbird)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둥지를 짓고 멋진 정원을 꾸민다. 크고 비싼 집을 가진 남성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높듯이, 아름다운 집을 짓는 수컷이 암컷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지능과 심미안이 공작의 꼬리와 비슷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다윈의 아이디어는 훗날 심리학자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었다. 우리는 꽃이 아름답다고 느끼지만, 왜 그것이 아름다운지는 알지 못한다. 문제는 미가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가 왜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풍경과 추상의 미학
진화심리학자들은 인류가 특정한 공간과 사물을 선호하도록 진화했다고 말한다. 꽃의 아름다움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바나 가설(savanna hypothesis)에 따르면, 꽃이 아름다운 것은 풍부한 생존 자원을 드러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열매가 맺히고, 그 주변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초식동물이 어슬렁거린다. 이런 자연을 만났을 때 우리 뇌는 환호한다. 다른 포유동물과 달리 인간에게 적록색맹이 드문 것도 초록의 수풀 속에서 잘 익은 열매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좋아하는 자연의 모습은 채집과 수렵이 가능하고 안전이 확보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풍경화는 늘 풍부한 물과 초목, 산과 바위, 적의 움직임을 조망할 수 있는 거주지를 묘사한다. 2010년에 이루어진 연구에서는 인간이 선호하는 나무의 모습이 사바나 초원에 서식하는 중간 크기의 아카시나무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조악한 수준의 그림일지라도 우리는 이런 조건을 충족한 풍경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녹색 갈증(biophilia)'이라 명명한 바 있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자연에 노출된 사람들은 긴장이 이완되고 공격성이 완화되며 신체 활동이 안정된다. 이는 우리가 수십만 년 전 사바나 초원을 달리던 조상들로부터 심미안을 물려받았으며, 조상들이 누렸던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 있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우리는 친숙하거나 좋아하는 장소를 볼 때 뇌의 특정 영역이 활성화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알 수 없는 선과 색으로 구성된 추상화를 선호하게 되었을까? 추상화가 담고 있는 질서의 규칙성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예측하게 해준다. 내일 해가 뜰지 알 수 없다면, 우리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조상들은 무질서해 보이는 공간에 기하학적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통제 가능한 세계를 꿈꾸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에의 도취와 쾌락
아름다운 대상을 접하면 뇌는 보상회로(reward circuit)를 통해 쾌감을 선물한다. 그러나 현대미술을 보면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사람들은 왜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살바도르 달리나 에드바르트 뭉크, 혹은 장난기 어린 앤디 워홀의 작품에 열광하는가? 몇 가지 힌트를 떠올릴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라파엘로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그의 작품 '모나리자'가 걸작의 반열에 오른 것은 1911년에 발생한 도난사건 때문이다. 언론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2년 뒤 모나리자가 루브르박물관으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줄을 섰다. 냉대를 받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널리 알려진 것도 부자들이 작품을 매입하면서부터다. 그러므로 걸작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당신의 심미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이 위대해지려면 더 많이 알려져야 하고, 비싼 값을 지불할 수 있는 구매자가 있어야 한다.

쾌감은 지적 깨달음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앤디 워홀에 대한 평가는 발터 벤야민이라는 철학자와 관련이 있다. 일찍이 벤야민은 복제기술의 발달로 원본의 아우라는 붕괴되고, 복제를 통한 예술이 대거 출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앤디 워홀의 작품은 이 예언에 꼭 맞아떨어졌고, 비평가들은 그의 복제기술을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렸다. 앞서 소개한 소변기와 예술가의 똥을 떠올려보라. 앤디 워홀의 작품에서 보듯이, 창작자가 의도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면 현대미술은 하찮은 '재료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예술을 '이해하는 자'와 '이해하지 못하는 자'로 분류된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말을 빌면, '취향은 구분하고 분류하는 자를 분류한다.' 미적 판단을 할 때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뇌는 다르게 반응한다. 전문 지식이 미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대예술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은유로 승부한다. 공연장에서 피아노를 부수고 관객의 넥타이를 자르는 것이 무슨 예술이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행위의 의미를 알고 나면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고급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작품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부자들은 비싼 값에 그것을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가는 대중과 자신을 분리함으로써 계급 정체성을 드러낸다. 타인과 구별되는 계급을 갖는 것 자체가 엄청난 쾌감을 안겨준다.

대중은 예술의 은유를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몇몇 지식인들이 그 일을 대신해준다. 비평가는 특별한 보수 없이도 작품의 가치를 평가해준다. 하지만 대중은 비평가의 해석을 더 어려워한다. 비평가 역시 타인과 구별되는 지점에 서서, 자기만족의 지적 즐거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예술은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울수록, 의미를 해석하려는 지식인들이 많아질수록 걸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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