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에서 인프라 시대로] 예산 늘리고 생활 SOC 강조…인프라 확대가 복지
기사입력 2018.08.17 13:30최종수정 2018.08.20 13:33 건설부동산부 류정민 기자
②文정부 패러다임의 변화…토건사업 부정적 시각 달라지나, 지방 일자리 지역경제 영향 인정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사회간접자본(SOC)이 지방 일자리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 변화를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생활 SOC'의 확대를 언급했고 뒤이어 기재부의 SOC 예산안 확대 발표가 뒤따랐다.

이는 2000년대 초반 SOC 시대에서 인프라(infrastructure) 시대로의 전환을 서둘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모습과 비슷하다. 최근 경제 활동의 토대가 되는 사회기반시설의 의미는 복지 개념으로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실제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SOC에서 확장한 개념의 인프라 투자에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가재정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반면 문재인 정부는 SOC 자체를 토건 사업으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인프라 시대로의 정책 전환이 비교적 늦은 편이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은 국가 예산을 낭비한 대표 사례라는 인식이 강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첫 번째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11일 "국가 재정을 4대 강 등 토건 사업보다 사람에게 우선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인프라 정책 전환에 뒤늦게 나섰지만 최근 순기능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토건 사업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립 개념으로 여기며 '이분법의 오류'에 빠졌던 정부가 인프라 예산 축소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건설업계의 우려에 귀를 기울인 셈이기 때문이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우리 사회의 최우선 정책 과제는 양극화 해소, 국가경쟁력 강화이고 해결 방안은 일자리 확충"이라며 "인프라 투자와 복지는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다. 인프라 투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통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도로와 철도, 교량 등 전통적인 개념의 SOC 예산과 생활혁신형, 지역밀착형 SOC 예산을 발굴해 인프라의 전체 파이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내년 SOC 예산은 지난해 정부안보다 증액하되 올해 SOC 예산 내에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 SOC 예산인 17조8000억원보다는 많고 국회를 통과한 최종 예산인 19조원보다는 적은 SOC 예산을 제출할 것이란 의미다.

여기에 도시재생이나 주택 등에 투입하는 생활혁신 SOC 예산을 올해 8조원에서 대폭 증액하기로 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역밀착형 생활 인프라 SOC 예산도 7조원 이상 편성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SOC 사업을 포함한 인프라 총 예산은 3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꺼내든 생활 SOC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리지만 5년 전 박근혜 정부 때 공식적으로 사용된 개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서승환 장관 시절인 2013년 9월 국토교통부는 20조5000억원에 달하는 2014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도시재생, 주택 바우처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생활밀착형 SOC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도로, 철도 등 지역 간 SOC 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대신에 도시재생 등 생활체감형 SOC 투자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강조하는 생활 SOC 확대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은 "도서관, 체육시설, 교육시설, 문화시설 등 지역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SOC 대신에 인프라라는 넓은 범주를 활용한다면 개념 혼선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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