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불신의 시대

조인경 사회부 차장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 학생부가 학교나 교사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아시잖아요? 하물며 정답이 뻔히 있는 시험문제 정도야… 교사가 자기 자녀와 한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불공정하지 않나요?"교직원이 학부모와 모의해 학교 시험문제를 빼돌리고, 학생이 교무실에 몰래 들어가 문제를 빼낸 사건들이 채 마무리도 되기 전에 이번엔 교사인 아버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성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아직 사실 관계를 확인중인 단계이지만, 그동안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흉흉한' 소문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서울 강남 한복판, 그 어느 곳보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왔다.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려보겠다고 오늘도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수험생활을 견뎌내고 있을 내 아이가, 어쩌면 이미 불공정한 출발선에 서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학부모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모른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게 관할 교육청의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교육청의 장학마저 믿지 못하겠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교사 부모가 자녀의 학습평가에 개입할 여지가 있는 만큼 한 학교에 있지 못하도록 분리해 의혹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엄연히 학교 배정이나 진학에 원칙이 있는데, 부모나 그 자녀를 강제로 다른 학교로 옮기게 하는 것은 교사 자녀에 대한 학교선택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이란 반론도 맞서고 있다. 어떤 경우든 교육자로서의 공정함이 확보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를 오롯이 개인의 양심에 맡기기엔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교원에 대한 인사권이나 학생의 학교 배정 문제는 전적으로 시ㆍ도교육청 소관이라던 교육부도 이제와 규제할 근거나 방안이 있는지 검토에 들어갔다.교육부는 지난달에도 전국 교육청 담당국장들과 함께 시험문제 유출 관련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었다. 각 시도 차원에서 지침을 강화해 학교가 시험지 관리를 더 촘촘히, 철저하게 하고 부정행위자나 보안사고 관련자에 대한 조치 방안도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기도 전에, 더욱이 직접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적용할지 결정도 못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이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학생과 학부모, 국민의 여론은 당분간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초ㆍ중등교육 권한을 교육청에 넘긴 교육부는 아직 뒷짐을 지고 있지만, 이토록 일선 학교의 시험이나 성적관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욱이 이번주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다. 새 정책을 시행도 하기 전에 공정성 논란에 휩싸여서는 안되지 않겠는가?사회부 조인경 차장 ikjo@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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