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반도체 고점 논란과 AI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모건스탠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 산업이 고점에 달했다고 밝히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과 ICT 업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비관론은 지금까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시장을 지탱해온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되고,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분명 우려할 부분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의 고점 논란은 기우에 가깝다. 우리의 하루는 AI로 시작해 AI로 끝난다. 인터넷 라디오 업체 '판도라'의 AI는 사용자가 자주 듣는 음악을 분석해 음악 취향을 판단하고 알맞은 음악을 제공해준다. 과거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수천, 수만 개의 영화 목록에서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다면 '넷플릭스'는 특유의 알고리즘으로 나에게 적당한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해준다. 자동차 연비 향상 비결도 AI다. 온도, 습도, 교통 상황 등 주변 환경에 맞춰 최적의 연료를 분사하고 배기가스를 재순환해 최적의 연비를 만든다. 유튜브는 영상 속의 음성을 분석해 자막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다. 워드프로세서는 문맥을 분석해 오탈자를 수정해주고 추천 단어를 표시해준다. 어느 순간부터 이메일을 통한 스팸이 크게 줄었다는 점도 AI 덕분이다. 과거 밤을 꼬박 새워가며 각종 화합물을 시험해야 했던 제약사들은 이제 PC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약 레시피를 만들어낸다.거의 모든 영역에서 AI가 사용되고 있다. 이 같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버의 데이터 수집, 분석, 저장 능력을 크게 높여야 한다. 빠른 속도로 연산을 하기 위해선 대용량의 D램이 필요하고 분석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기 위해선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필요하다. 이처럼 과거 반도체 수요가 PC와 스마트폰의 보급에 기댔다면 지금은 머신러닝과 AI가 주 수요처로 자리 잡았다.그렇다면 현 AI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교수인 페드로 도밍고스는 저서 '마스터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의 AI는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기계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얻어내는 단 하나의 보편적 학습 알고리즘인 '마스터 알고리즘'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많은 AI 전문가들이 "AI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설명하고 AI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현재 사람의 뇌가 정보를 주고받는 속도는 초당 25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가장 빠른 D램보다 800배 빠르다. 평범한 사람 1명의 뇌내 메모리 영역의 용량은 2500TB에 달한다. 상용화된 제품 중 가장 용량이 큰 32TB급 SSD보다 80배 크다. 갈 길이 멀다. 반도체의 앞날도 밝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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