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충신(忠臣)은 없었다
기사입력 2018.07.30 10:16최종수정 2018.08.01 10:54 정치부 양낙규 기자
정치부 양낙규 차장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신하는 왕을 섬기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신하의 참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를 한편 보자. 춘사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황동혁감독의 '남한산성'이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을 담아냈다. 임금과 조정은 청나라군이 공격해오자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47일간 청나라군에 포위당한 상황에서 백성들은 뼈를 깎는 듯한 추위와 굶주림의 고통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신들의 의견들은 충돌한다.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 역)과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역)이다. 이조판서 '최명길'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예조판서 '김상헌'은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말한마디 한마디가 임금이 고뇌에 빠지게 할만큼 충심을 담은 말 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신하의 말을 듣느라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군에는 충심이 남아 있는 부하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군내 최대 사조직인 '하나회' 숙청이 한창이던 1993년. 이양호 합참의장 취임기념 합동참모본부 회식자리에서는 하나회 회원이었던 한 장군이 군 개혁을 놓고 "군을 이런 식으로 막 해도 되느냐"며 술잔을 집어 던진 일화는 항명의 대표적인 사례로 유명하다.

2002년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는 현역장성이 군 수뇌부를 겨냥해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6ㆍ29 서해교전 직전 북한군의 첩보를 군 수뇌부가 묵살했다는 것이다. 당시 5679부대장인 한철용소장은 군 기밀인 '블랙북'(대북첩보 일일보고서)을 국방위 의원들을 향해 흔들어 보이며 "장관으로부터 보고항목의 삭제를 지시받았다"며"장관이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조직에 충성하느니 전역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쏘아붙였다.

2009년에는 당시 장수만 국방차관이 장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채 청와대와 예산문제를 협의하고, 장관은 이에 대한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보낸 촌극이 벌어졌다. 2013년 10월에는 장경욱 당시 기무사령관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인사업무를 비판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직보했다가 괘씸죄로 전격 경질됐다. 박근혜정부 첫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현 정부에 들어서 지난 24일에는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송영무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의 진실공방도 이어졌다. 공개 석상에서 장관과 부하가 정면 충돌하는 모습으로 인해 송 장관의 지위와 리더십이 흔들리게 됐다.

일련의 사태들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은 국가와 군을 위한 행동들이었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태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이다. 과연 국민들에 눈에는 그동안의 군항명으로 손꼽히는 이들 사건중에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처럼 충신들이 있었다고 생각할까 궁금하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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