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위기의 한국 스마트폰…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신범수 IT부장

한국 스마트폰 산업은 위기를 맞은 것인가 기회를 만난 것인가. '최고급도 아니면서 저렴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위치는 미국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를 초래했다.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한다면 정상이 아닐 것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20만~30만원대 중국 스마트폰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 것임을 우리 제조사들은 잘 알고 또 잘 준비해왔을 것이다.그래서 돌파구가 무엇이냐,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영업비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언론이 '위기다 아니다' 호들갑 떨 일 없고 양대 스마트폰 제조사가 어련히 잘 헤쳐 나가길 차분히 기다리면 되는 일일 것이다.그런데 이것은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걱정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역대 최저 판매량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삼성전자 갤럭시S9의 부진은 우리 주변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부품업체들이 도미노식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욱 암울한 것은 삼성전자가 이름과 스펙만 조금 바꾼 중저가폰 판매로 점유율 사수에 나선 모습인데, 이제 100만원을 호가하는 멋진 프리미엄폰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는 시대가 저물었음을 삼성전자 스스로 자인한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그 그림자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산업은 원래 그런 것이다. 기술력과 인력구조 등에 따라 역할은 분담된다. 환경이 바뀌면 특정 기업 혹은 국가가 하던 일은 후발주자에게 넘어간다. 선두주자는 혁신을 통해 산업의 본질을 바꿔버리거나 좀 더 난이도 있는 신산업으로 이동한다.그래서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가장 흔히 들리는 행선지는 폴더블폰과 5G다.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이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지 판단하기 어려운 지금, 과연 본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만물이 연결되는 5G 시대가 오면 초고성능 스마트폰이 허브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외국에 넘겨줄 '낡은 산업'이 아니라 지속적 혁신이 필요한 '유효한 먹거리'라는 관측도 설득력은 있다.그러나 온 국민이 하나씩 들고다니는 물건으로써, 그 방대한 시장을 우리는 더 이상 지켜내지 못할 것임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중국 샤오미는 29만원짜리 '훌륭한' 스마트폰을 다음주 국내 출시한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해외직구로 구할 수 있던 샤오미폰이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출시되는 첫 사례다. 곧이어 화웨이도 한국 진출을 공식화 한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 1분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프라임'이란 이름을 단 중저가 모델이었다. 분명한 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전화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래도 글로벌 1위는 한국 기업 아니냐고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목소리도 있다. 점유율이 감소하는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인데다, 미ㆍ중 무역분쟁이 끝나면 중국폰의 미국 침투도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 때쯤 되면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에서 고전하는 것일 뿐, 한국ㆍ미국 등 프리미엄 시장에선 여전히 강세라는 자기최면도 그 약발을 다할 것이다.우리 국민은 두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10년이란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안겨줬다. 콧대 높은 애플을 뛰어넘었다는 자부심에 제조사의 노력이 더해져 어떤 국산 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7500만대가 팔리는 경이적 기록을 세웠다. 애국심 덕에 위기를 넘기고 체력을 키운 기업이 어디 한둘이겠냐만, '스마트폰'은 그런 혜택을 본 마지막 물건이 될지 모른다. 진짜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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