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수출노하우] 에콰도르에 부는 한류

에콰도르는 20년 이상 중남미 관련한 학업과 업무를 해온 필자에게도 생소한 국가였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아시아, 북미, 유럽에 집중돼있고 새로운 시장이라고 불리는 중남미에서도 멕시코, 브라질 양대 강국을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콜롬비아, 페루, 칠레 그리고 아르헨티나 정도만 인지도가 있지, 그 외의 나라들은 어디선가 나라 이름은 들어봤으나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곳은 많지 않다.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의외로 우리와 인연이 깊다. 1962년 외교 관계가 수립되기 훨씬 전인 6ㆍ25 전쟁 때 500t에 달하는 미곡을 한국에 원조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었을 때이지만 에콰도르도 1941~1942년 페루와의 전쟁으로 현재 영토의 40% 이상에 달하는 분쟁 지역 대부분을 잃었다. 1949년에는 키토와 가까운 암바또 지역에서 도시의 70%가 파괴되고, 5050명이 사망하는 대지진(리히터 규모 6.8)이 발생했다. 자신들도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국난 극복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때 한국 국민의 어려움에 동참하고자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후 1962년 수교했고 1976년 현대차 포니의 첫 수출 국가라는 의미도 있다. 1980년대에는 오일 파동 이후 자원 공급선 다변화 정책에 따른 원유 공급 국가이기도 했다.최근 에콰도르 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유명 한국 아이돌이나 월드컵 때문이 아니라 남북의 평화 분위기가 이런 관심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한국 관련 언론 기사를 접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남북 정상회담과 북ㆍ미 정상회담이 주요 국제 뉴스로 모든 언론을 통해 다뤄지면서 덩달아 한국에 대한 다양한 면이 조명을 받고 있다.양국 간 학술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얼마 전 에콰도르의 주요 연구 중심 대학인 시몬볼리바르 안디나 대학교에 한국학 과정이 개설됐다. 주로 아시아학이란 이름으로 과정이 개설되는 데 반해 여기서는 한국 및 동아시아학으로 명명해 개설됐다. 이 과정의 간사인 리처드 살라자르 교수는 한국이 식민지와 전쟁,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국제정치경제 상황에 처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룬 경험을 에콰도르가 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에콰도르의 발전 방향에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한국학을 개설하면서 지난 3~4일(현지시간) 한국외대와 함께 한국에 관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캐나다, 콜롬비아 학자들과 현지 교수 및 학생들이 참석했다. 개회식에는 산업생산성부 장관과 군인 출신이자 학자로도 한반도 문제에 탁월한 식견을 가진 국방부 장관까지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사실 우리보다도 에콰도르가 우리에게 오랫동안 관심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에콰도르의 전 대통령은 한국을 경제 발전의 모델로 해 인프라 구축과 산업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과의 지식공유사업(KSP)를 통해 5개년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참고하고 한국의 선진 관세 통관 시스템을 도입했다. 레닌 모레노 대통령의 신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변함없이 보여주고 있다.에콰도르 대외무역투자부에서는 한국 기업의 에콰도르 투자 가능성 그리고 한국과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와 의지를 자주 언론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에 에콰도르의 1차 생산품을 더 많이 수출하기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협정의 이름처럼,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받고 경제발전의 전략적 동반자로 삼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민간 산업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업무 협의를 할 때면 이들의 한국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와 관심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좀 더 자주 에콰도르에 와주기를 희망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에콰도르에는 조용한 한류가 불고 있다. 분단국의 아픔을 겪고 경제 발전을 이룬 경험, 그리고 평화로 이행하는 길에 대한 지지와 관심, 이것이 정부뿐 아니라 학계, 경제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잘 살려 양국 간 호혜적인 관계를 다양한 차원에서 증진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은 작은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황정한 KOTRA 키토무역관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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