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바이오, '무시'와 '무지' 사이

'바이오 시밀러가 별거냐.' 심상정 의원(정의당)의 저 발언은 '의도적 무시'일까, '무지의 소치'일까. 전자가 삼성에 대한 '악감정'이라면 후자는 바이오에 대한 '몰이해'에 가깝다. 정확한 워딩은 이렇다. "바이오 시밀러는 신약도 아니고 복제약으로 국내에서 해마다 수백 종이 쏟아진다." 이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추궁하는 자리에서다. 무시든 무지든 바이오 업계가 발끈했다.

"바이오 오리지널 의약품이 10점짜리 과녁 한가운데를 맞히는 것이라면 바이오 시밀러(복제)는 과녁 한가운데를 맞힌 화살을 다시 맞히는 것이다." 그만큼 바이오 시밀러는 오리지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강변이다. 게다가 심 의원은 사실 관계부터 틀렸다. 바이오 시밀러는 1년에 겨우 한두 개 나올까 말까다.

삼성바이오 회계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2015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그 불법성을 따지겠다며 금융 당국은 감리회의를 이미 두 차례나 열었고 이번 주 한 차례 더 열 예정이며, 6월 첫주 최종 결론을 내릴 모양이다. 분식회계니 아니니, 불법이네 적법이네 공방이 치열하지만 핵심은 이거다. 바이오 기술의 가치를 금융 당국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

바이오 산업은 제조업처럼 수익 구조가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제조업의 잣대로 가치를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현실은? 지난 25일 두번째 감리회의에 참석했던 삼성바이오가 손사래를 쳤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금융 당국의 이해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삼성바이오 입장에서는 제도와 인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바이오 산업의 실체는 수출입은행의 2017년 보고서에 비교적 잘 나와 있다('이해가 부족한' 금융당국의 일독을 권한다). '세계 의약품 산업 및 국내산업 경쟁력 현황: 바이오의약품 중심'이라는 제목에 125페이지 분량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약품 중 바이오 의약품 비중은 2016년 19.9%에서 2021년 23.4%에 이를 전망이다. 이 기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9.4% 성장해 2021년 3440억달러에 달한다.

주목할 것은 바이오 시밀러시장이다. 보고서는 "각국의 의료부문 예산 삭감과 블록버스터 바이오 의약품 특허만료 등으로 바이오 시밀러시장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빠듯한 건강보험 재정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문재인 케어'와 밀접한 대목이다. 문재인 케어의 안착을 위해서도 바이오 시밀러 육성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비용과 기간. 바이오 치료제 개발 비용은 평균 1조~2조원에 달하고 개발 기간은 10~15년에 이른다. 이런 특수성을 감안해 치료제가 완성되기까지의 기술 개발 과정도 '가치'로 평가해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한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정부 이래 바이오 산업은 한결같이 국가 성장 동력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이오 산업을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어서 선거 공약에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산업 육성'을 못박았다. "제약 바이오 육성을 위해 국제적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보수와 진보 정권을 아우르는 '바이오 찬양'. 구호는 요란한데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바이오 산업은 '무시'와 '무지'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구시대적 인식과 제도에 갇힌 탓이다. 바이오 시밀러가 별거냐. 우리는 아직도 이러고 있다. 십수년째.

이정일 4차 산업부장 jay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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